(종합) "새 역사 썼다"…한국, 에콰도르 꺾고 사상 첫 결승행
(종합) "새 역사 썼다"…한국, 에콰도르 꺾고 사상 첫 결승행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6.1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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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최준 합작플레이로 1-0 승…16일 우크라이나와 우승 다퉈
정정용 감독 "마지막만 남았다…남은 경기도 멋진 모습 보여줄 것"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 등에게 물세례를 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 환희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 등에게 물세례를 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 환희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작성됐다.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한 데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첫 결승행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에콰도르의 2019 FIFA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반 39분 최준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했던 박종환 사단과 2002 월드컵에 나선 히딩크호의 4강을 뛰어 넘어 결승에 오르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남자축구는 이전에도 FIFA 주관대회에서 4강까지는 가봤다.

이번 대회에 앞서 멕시코 U-20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맛봤다. 그러나 앞선 두 번의 4강 진출 대회에서는 모두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FIFA가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에서는 2009년 포항 스틸러스가 FIFA 클럽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었다. 올림픽에서도 2012 런던 대회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정정용호는 아시아 축구사를 새로 쓸 기회도 잡았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일본에 이어 아시아국가로는 세 번째로 FIFA U-20 월드컵 결승 진술에 달성했다.

제3회 대회였던 1981년 호주대회에서 카타르가 처음 결승에 올랐고,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일본이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아직 이 대회에서 우승한 아시아국가는 없다. 카타르와 일본은 결승에서 당시 서독과 스페인에 각각 0-4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전반 한국 최준이 선제골을 넣은 뒤 팔을 벌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반 한국 최준이 선제골을 넣은 뒤 팔을 벌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감독은 이날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에서 3-5-2 전술을 가동했다.

이강인과 오세훈을 투톱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가운데 고재현과 김세윤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정호진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겼다.

이재익-김현우-이지솔로 스리백을 꾸리고 좌우 윙백에 최준과 주장 황태현이 선발로 나섰다. 골문은 이광연이 지켰다.

경기 초반 한국은 에콰도르의 짧은 패스와 개인기에 좀처럼 공격기회를 살려내지 못했다.

전반 30분 이강인의 오른쪽 코너킥을 이지솔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슛을 했지만 아쉽게도 골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좀처럼 공격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던 중 전반 39분 한국의 결승골이 터져 나왔다. 이강인과 최준의 합작 플레이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상대 전열이 어수선한 틈을 타 기습적인 패스를 찔렀고 이를 최준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에콰도르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전,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 정 감독은 후반 9분 김세윤을 빼고 조영욱을 투입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후반 17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고재현이 때린 슛이 에콰도르 골대 오른쪽을 살짝 벗어나 추가 골을 놓쳤다.

급해진 에콰도르는 후반 26분 팔라시오스 에스피노사의 왼발 중거리포가 한국 골대를 위협했지만 이광연의 선방쇼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후반 28분 조영욱이 과감한 개인 돌파 후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며 골키퍼 펀칭에 땅을 쳤다. 그야말로 일진일퇴 공방전이었다.

후반 40분 오세훈이 찔러준 패스를 엄원상이 잡아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으로 추가 골을 터트리는 듯했지만,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무효가 됐다.

후반 종료 직전 캄파나의 결정적인 헤딩슛은 이광연이 '슈퍼세이브'로 막아냈고 결국 1-0으로 승리,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완성시켰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치 경기장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우승을 놓고 마지막 한판 대결을 벌인다.

우크라이나와의 일전을 남겨둔 정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남았습니다"라며 "남은 한 경기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꾸역꾸역' 팀이니 남은 한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반 이강인이 우리 진영에서 에콰도르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며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반 이강인이 우리 진영에서 에콰도르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며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국이 FIFA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면서 마지막 경기를 펼칠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6강이 역대 최고 성적으로, 결승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파랭킹은 27위로 대한민국보다 (37위) 높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FIFA U-20 조별리그에서 카타르, 미국을 상대로 2승,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로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별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 경기를 모두 1점 차 정도로 이겼거나 비겼는데, 16강에서는 파나마를 4-1로 꺾었다.

이어 8강전 콜롬비아와 4강전 이탈리아 등 강팀을 만나 1-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사상 첫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한민국 정정용호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와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전반 5분 만에 실점하면서 0-1로 패했다.

국가대표팀이 맞붙은 A매치는 2전 2승으로 한국이 우세하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1994년 한국에서 열린 친선경기가 마지막이다.

우리 대표팀은 사상 첫 결승전 진출의 기세를 몰아,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