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회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두 달 넘게 본분을 해태한 국회에 대해 국민들은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길에 오르면서 국회 정상화 물꼬로 기대를 모았던 여야 대표회담마저 물 건너갔다. 지난 두 달 간의 지루한 정치공방으로 거듭됐던 국회 파행이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16일 이후까지 장기화 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추경안과 각종 민생법 처리를 두고 국민의 갈증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건 없는 국회복귀를 요구하는 민주당과 패스트랙 법안의 철회와 사과가 먼저라는 한국당의 기 싸움만 팽팽하다.
10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당의 국회 일정 거부로 추경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고통을 겪는 국민과 기업들이 추경을 기다리는데도 외면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해찬 당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47일 째 표류하는 추경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민주당이 국회 단독소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계산이다. 설령 국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추경안 처리에는 한국당의 참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국회소집을 해 추경안 심사에 들어갔을 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여당은 7월 추경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에는 국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추경안 통과와 예산 집행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당장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미세먼지 대책과 국민 안전 관련 예산 2조2000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예산 4조5000억원의 처리가 시급하지만 한국당은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국회 밖에서 당세를 모으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인 것 같다. 어차피 국정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으니 급하면 양보하라는 식이다.
일각에서 국회정상화 대안으로 7월17일 시행되는 ‘일하는 국회법’에 조기 가동하는 것을 꼽는다. 법안소위원회 차원에서 심사 가능한 법안을 논의하는 한편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해소될 수 있는 민생경제 대책은 연이은 당정협의로 해결해나가는 전략이다.
이제 한국당의 몽니를 탓할 시간은 아니다. 그동안 국회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의 골든타임과 국민안전을 위한 추경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당을 제외한 정부와 여야 4당이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생각으로 모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