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과 보편적 삶의 가치 실현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균형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하지만 고도화된 자유경제체제에서 공동체의 균형에는 항상 빈부의 격차라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균열을 방치하면 결국 사회 분열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강제적 조세정책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려 한다. 부의 불균형을 방치하지 않고 세금을 적시적소에 투입해 인간 존엄과 국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고, 국회의 소임이다.
최근 정부가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체적 추진 안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실업급여의 확대·보완 정책이며, 정규직 위주의 실업부조에 취약한 취업준비자나 자영업자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구직촉진수당으로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에 6개월간 월 50만원씩을 지원한다. 2년 내 반년 이상 취업 경험이 있어야 하고, 가구 재산이 6억원을 넘으면 안된다. 취업지원서비스는 경력 부족 등으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만 18~64세의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전문상담 등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해당자는 300만원 현금지원과 취업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체 노동자의 45%가량인 1200여만명의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의 효과가 있다.
정부 예정대로라면 2020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이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5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다만 일각에서 ‘세금 퍼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만큼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구조적 원인은 고치지 않고 일시적 현금 지원에 의한 일정 생활비 보조로만 그친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소모적 현금 살포”라며 “총선을 앞둔 퍼주기 정책의 남발”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정규직 위주로 짜여온 실업급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의 선심성 정책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간 유사 정책의 관리 부재나 부실한 결과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1인당 300만원의 현금지원은 결국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혹 제도가 악용될 여지는 없는지 정부는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꼼꼼히 되짚어봐야 한다. 세금이 국민의 소득과 고용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할 때는 보다 창의적이어야 하며 중장기 계획이 치밀해야 투입되는 자금의 원천인 세수의 재원확보와 배분의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 정부는 고용과 소득성장 정책이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의 선봉부대로 자칫 미봉책에 그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집해선 안 될 일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