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첫 ‘법관평가표’ 대법원 제출
서울변호사회, 첫 ‘법관평가표’ 대법원 제출
  • 김종학기자
  • 승인 2009.01.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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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권위적이고 불공정한 재판을 막겠다며 회원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법관평가 결과를 29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상위 평점을 받은 법관과 최하위 법관의 실명을 기입해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법원은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며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변호사회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해 1월28일까지 소속 회원 6000여 명을 상대로 사건 담당 법관들의 ▲사건처리 태도 ▲자질 및 품위 ▲공정성 등 3개 분야 17개 평가항목에 대해 5단계 등급평가와 구체적 사례 등을 묻는 평가서를 배포, 접수받았다.

총 491명의 회원 변호사가 1003건의 유효평가를 내렸으며,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서울동·서·남·북지법, 서울행정법원, 서울가정법원 등 8개 법원 소속 법관 456명이 그 대상이 됐다.

평가 결과 평균 87점 이상을 받은 상위 법관 10명과 평균 57점 이하의 하위 법관이 추려졌고 최고평균 평점을 얻은 A법관은 93.56점을, 최저 점수를 받은 최하위법관은 45.88점을 각각 취득했다.

전체 법관의 평균 점수는 75.4점으로 기본점수 20점이 포함된 수치다.

변호사회는 이들의 실명을 담은 평가서를 이날 오전 대법원에 접수했지만 언론과 일반에는 해당 법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변호사회는 소속 회원들에게도 이들의 실명을 알리지 않을 방침이다.

변호사회는 변호사, 시민단체, 대학교수 등 13명으로 구성된 법관평가특별위원회에서 자료를 분석, 사례를 엄선했다고 밝혔다.

변호사회는 우수법관과 문제법관의 구체적 재판사례를 공개했다.

우수법관은 자질이 우수하고 품위를 지킨 경우로 한 쪽을 할애해 비교적 간략하게 사례를 언급한 반면 문제법관의 구체적 사례는 4쪽에 걸쳐 23건의 사례를 나열, 눈길을 끌었다.

평가서에 따르면 당사자의 말을 일방적으로 끊고 충분한 변론의 시간을 보장하지 않거나 반말투의 말을 쓰는 경우, 당사자가 다툼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묵살하며 서둘러 재판을 종결하는 사례가 지적됐다.

또 모욕적인 언사와 짜증, 버럭 화를 내는 사례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하창우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법관의 권위주의, 불공정한 재판 사례 등 회원 변호사들의 지적이 잇따라 우리나라의 법정을 품위있고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법관 평가제를 처음 시행하게 됐다"며 "국민들은 성적우수 법관보다는 재판 서비스를 잘하는 법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면서도 공정성 등을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사건의 한 당사자인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