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경제의 공정과 신뢰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음에도 시사저널e 보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상장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이 2017년 기준 143조6477억원에서 2018년 기준 146조4529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805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몰아주기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통해 새롭게 창출된 가치가 일반 주주들에게 공동으로 귀속되지 않고 지배주주 일가에 독점적으로 배분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9년 상반기에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강행할 의지를 보여 국회에서 상법이 개정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중대표소송제란 자회사의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이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모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대표소송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이 논란인 이유는 기업지배구조 특성에 기인한다. 대기업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지배주주는 가공 자본을 통해 매우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배주주는 가공자본을 통해 사적이익 등을 추구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예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인 것이다.
즉 현재 상법규정상 지배주주의 지시로 임무위반행위를 한 계열사 이사에게 지배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다중대표소송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에 대해 자회사의 독립성을 부인하는 법리상 모순이 발생하고, 외국계 투자자본이 단기 차익을 노리거나 경영권을 위협하기 위해 악용될 위험이 있으며, 남소로 인해 기업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모회사는 자회사의 주주이기에 애초부터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모회사가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모회사의 경영진을 대신해 모회사 주주에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독립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2년까지 판결이 내려진 주주대표소송은 총 58건에 불과하고 가장 많은 소송이 제기된 2004년에도 7건에 불과하다고 하니 외국투기자본이 다중대표소송을 남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외국자본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해도 모회사가 상장기업일 경우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고 상법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시세 차익을 위해 소를 남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다중대표소송은 주주와 이사 사이의 소송으로 기업이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소송에서 승소하면 기업이 손해배상금을 모두 갖고, 패소하면 주주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턱없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시도는 재계의 반발로 인해 매번 무산됐지만,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으로 기업의 용인할 수 없는 불법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이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예방적 효과를 가져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2019년에는 상법상의 제도로 안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