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국회가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이란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을 뜻하는 말로 큰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용하곤 한다. 이에 한 나라에서 가장 무게감 있고 정숙해야 할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는 표현 자체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시작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주말에도 국회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 한국당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고성과 감금, 욕설은 물론 회의장 앞 농성에 인간띠, 삿대질, 몸싸움 등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연출한 것이다.
이 와중에 노루발못뽑이·쇠망치·장도리 등의 연장까지 등장했으며 서로 ‘네 탓 공방’이 이어지자 국회사무처는 공식입장까지 내며 국회 경위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서 주도해 만든 것으로 18대 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바 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 폭력행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꽃피는 봄에 국회는 다시 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2012년 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서로 잘났다고 목소리 높이며 싸움질만 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나라꼴은 우스워질 뿐이다.
혹시라도 머리띠 두르고 인간띠 만들며 투쟁하는 모습이 마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우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면 절대 착각 말라. 그것은 의협심이 아닌 이기심일 뿐이다. 투사·열사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도 모자라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에 먹칠해서는 안된다.
당장 국회에 쌓여있는 현안들을 보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 역시 국회에 제출돼 있다. 무려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최악의 경제상황 속 추경의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큰 금액을 쓰고도 어떠한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면 추경을 투입하는 의미조차 없어지게 된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국민들에게 암담함 그 자체다. 추경 투입으로 인해 활기를 북돋아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크나큰 숙제를 두고도 언제까지 밥그릇 싸움만 할 것인가. 이런 폭력적인 국회를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밥그릇싸움은 그만두고 올바른 길로의 국회 개혁에 힘써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하는 국회지, 정쟁하는 국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