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소셜벤처] ⑥잇마플 "먹는 즐거움 찾아드립니다"
[LH 소셜벤처] ⑥잇마플 "먹는 즐거움 찾아드립니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4.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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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환자 위한 '맛있는 저염식' 개발
LH 자금 지원으로 창업 초기 생산설비 구축
사진1. 김슬기(오른쪽)·김현지 잇마플 공동대표.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 과정부터 함께 한 두 대표는 뜻을 모아 콩팥병 환자를 위한 저염식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사진1. 김슬기(오른쪽)·김현지 잇마플 공동대표.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 과정부터 함께 한 두 대표는 뜻을 모아 콩팥병 환자를 위한 저염식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악화한 고용상황에 숨통을 트기 위해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역대 최대 규모 채용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자체 채용 규모를 늘려 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민 주거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LH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창의성'에 투자하는 이 사업. 바로 'LH 소셜벤처'다. 눈앞에 보이는 숫자를 잠시 접어두고 '한계 없는 건강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LH 소셜벤처인들을 만나봤다.<편집자주>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없다. 그나마 가려서 먹는 음식은 하나같이 밍밍하고 맛없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절망적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셜벤처 2기 참여 기업 '잇마플'은 이런 절망에 빠진 만성 콩팥병 환자들을 위해 저염식(低鹽食) 브랜드 '맛있저염'을 탄생시켰다.

과한 애교를 섞어 발음해야 할 것 같은 귀여운 이름이지만 맛있저염의 탄생 배경은 절대 가볍지 않다.

김슬기 잇마플 대표가 처음 구상했던 사업 아이템은 '공유경제 물류'다.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을 만들고 카이스트에 개설된 사회적 기업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러던 중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앓고 있던 콩팥병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의 모든 생활은 콩팥병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맛있저염 식사요법 가이드.(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맛있저염 식사요법 가이드.(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세상에는 참 많은 병이 있지만, 콩팥에 생긴 병은 특히 음식에 민감하다. 술·담배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식생활에도 엄청난 제약을 가져온다. 더욱이 고혈압이나 당뇨, 통풍 등을 합병증으로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콩팥병 외에 다른 질환들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은 환자를 점점 지치게 만든다.

특히, 김 대표를 괴롭혔던 것은 먹는 즐거움을 빼앗겼다는 사실이다. 콩팥을 지키기 위해 나트륨이 적게 함유된 저염식을 먹어야 했지만, 도무지 먹고 싶지 않은 맛이다. 백번 양보해 맛 없음을 참고 저염식을 먹는다해도 식단을 짜는 것은 또 왜이리 어렵단 말인가.

김 대표는 이런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하고,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사업 아이템을 '맛있는 저염식'으로 바꿨다. 그렇게 잇마플과 맛있저염이 탄생했다.

맛있저염은 콩팥병 환자의 신체·건강정보를 수집해 그에 맞춘 식단을 계획하고, 간단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식재료를 제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다른 저염식과 다른 점은 맛있다는 것이다. 맛있다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잇마플은 요리 전문가들과 함께 소금을 줄이는 대신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 소량의 간장과 식초, 마늘 등을 조합해 저염식이 잃어버렸던 '맛'을 되찾았다. 콩팥병 환자들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맛있저염의 만성 콩팥병 환자를 위한 '삼치 유자 구이' 간편 식재료.(사진=잇마플)
맛있저염의 만성 콩팥병 환자를 위한 '삼치 유자 구이' 간편 식재료.(사진=잇마플)

LH 소셜벤처 지원사업에는 창업 시점인 지난 2016년에 참여했다. 1차 씨앗단계에서 1000만원을 지원받고 2차 새싹단계에서 3000만원을 받았다.

지원금은 주로 저염식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사용했다. 다른 소셜벤처 지원 기관과 달리 LH는 시설 구축에 지원금 사용을 허용했다.

김 대표는 "LH 소셜벤처는 사업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초기 자금이 필요할 때 지원해 주는 거의 유일한 지원사업이었다"며 "타 지원금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영역(생산시설 구축)에 자금을 사용하도록 지원해줘서 상품 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잇마플에 대한 LH 소셜벤처의 직접적 지원이 끝난 상태지만, 판로 개척 및 홍보 등 간접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많은 곳에서 지원을 받아봤지만 LH처럼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최대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해주는 기관은 못 본 것 같다"며 "앞으로 정식 후속 지원도 생겨서 LH 소셜벤처와 함께 스케일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잇마플의 최종 목표는 콩팥병 환자뿐만 아니라 식사에 제약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맛있는 건강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기업 LH가 잇마플에 조건 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4월 열린 LH 소셜벤처 1·2기 승급팀 중간평가 워크숍에서 김슬기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지난해 4월 열린 LH 소셜벤처 1·2기 승급팀 중간평가 워크숍에서 김슬기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따뜻한경제지원센터)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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