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헤롤드 라스웰(Harold Lasswell)은 환경감시, 사회 각 부문의 상관조정, 사회적 유산의 전수를 언론의 사회적 기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언론이 각종 사건과 사고를 뉴스로 시민들에게 전달해 사회가 올바르게 작동하게 하고, 각 부문간 갈등의 조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만들어낸 공통의 가치와 전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사회는 이들 언론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려 한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며, 책임감 있는 언론 활동에 따라 사회의 안녕과 공공 질서가 더 잘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의 활동은 인터넷과 뒤이은 스마트폰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에 의해 크게 위축돼져 왔다. 사람들이 주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같은 대형 인터넷포털을 통해, 더 나아가 페이스북·카카오톡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개별 정치인들이 만든 개인뉴스채널을 통해 자기 성향에 맞는 뉴스를 찾아 이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언론의 신뢰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원인 중 하나는 언론이 인터넷포털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더 받기 위해, 이를 통해 추가적 재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많이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언론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온라인뉴스매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현황을 보면, 2013년 4912개이었던 인터넷신문이 2017년 7151개로 급증했다. 뉴스산업의 쇠락과는 반대로 4년 동안 2천개 이상의 인터넷신문이 증가해 왔고, 차별성 없는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또한 지나칠 정도로 정치화된 뉴스, 특정 정파의 입장을 옹호하는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이 정치인들의 유튜브에서 만들어낸 그들의 편향적 정치정보를 뉴스화해 전달하기도 한다. 언론이 책임 있는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기보다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구성원들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빠른 속도로 ‘회수’해 가고 있다. 또는 성향에 맞는 언론의 뉴스만을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그 안에서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반목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많은 학자들과 시민들이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갈등의 고착화를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계층·세대·성별·정파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편향된 의견들의 난무가 목도되고 있고, 반목과 대결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언론이 올바른 여론 형성을 통해 상관조정의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어느 한쪽 편의 배에 같이 올라탄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언론학자 장호순은 언론을 우리 몸의 혈관에 비유한 바 있다. 혈관이 막히면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고 각종 질병으로 신체가 마비되는 것처럼,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면 정치·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종국에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은 언론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이 우리가 사는 현실을 우리 머릿속에 일차적으로 구축시키면서, 여론 형성의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공동체의 복원이 언론과 언론인들의 만드는 뉴스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