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힘의 줄다리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의 하나다.
어느 한쪽에서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어느 한쪽의 무리한 발목잡기를 방지 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을 두고 정권 초기부터 말이 많다. ‘인사 강행’과 ‘인사 참사’라는 힘의 줄다리기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어느 쪽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문 정부와 여·야 모두 장관 인사에서 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사 청문 대상 공직 후보자의 경우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총 11명의 후보자가 낙마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4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철회 되는 등 이명박 정부와 같은 11명의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물러난 바 있다. 또한 두 정권에서 양당의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고위급 인사의 임명이 강행된 경우는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는 10명의 사례가 있다.
문 정부의 2기 내각은 7개 부처 신임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고, 3명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됐지만, 통일부 김연철 장관 후보자와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돼 5명의 장관이 임기에 돌입하게 됐다. 이로써 문 정부 들어 인사 청문과정에서 낙마한 인사는 8명이 됐고, 임명 강행 고위 공무원은 11명이 됐다. 2년 남짓 된 기간을 고려할 때 전 정권들과 비교해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결과다.
일각에서는 사전 부실 검증의 책임을 두고 조국, 조현옥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앞으로의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선정과 검증을 기존과 달리 가져가고, 야당의 인사 불신에 대한 공세에 대처하는 동시에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고려해 볼 일이다. 논란이 된 장관의 임명 재가를 두고 야당은 ‘국정 포기 선언’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주 강원지역에는 대형 산불로 인해 인명 수많은 재산 피해가 났고,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이번 주에는 북한비핵화와 북미관계에 대한 중요한 분수령을 넘어가는 시대적 격변기기의 주요 시점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또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최저임금 개정안’등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현안 법률 등과 ‘유치원 3법’, ‘택시발전법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등 조속히 처리돼야 할 주요 입법현안들이 적체된 상황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대형 난제들이 쌓여있는데 정부의 밀어붙이기도 그렇지만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의 행태를 잊고 정국 경색으로 사태를 몰아가기만 하는 것 역시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다.
‘힘의 줄다리기’ 명분이 무엇이지 정부와 여·야 모두 깊이 새기고 이번 ‘임명 강행’이 정국 파행의 빌미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