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상대적이다.
같은 시공간에서 시간은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다는 것을 굳이 물리학의 특수상대성 이론이나 시간지연 같은 어려운 논제를 꺼내놓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절로 알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가고,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만 봐도 시간은 상대적이지 않은가.
작가 시오나기 요스케는 그의 저서 ‘완벽하게 쉰다는 것’에서 ‘일이라는 것이 나를 뒤쫓아 오면 괴롭지만, 반대로 내가 뒤쫓아 가면 즐거운 게임같이 느껴진다’는 오묘한 화두를 던지고 나름대로의 ‘쉼’을 정의하며 잘 쉬는 방법을 열거했다. 작가의 말대로 쉬는 시간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의 양도 중요하다. 우리는 그간 오래 일하는 것을 열심히 일 하는 것과 동일 시 쉬는 시간의 총량에는 너무 관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대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주당 법정근로 시간을 연장근로를 포함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것으로 이는 강제조항이다. 9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4월1일부터는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300인 이상 대상사업장은 3500여곳으로 해당 근로자만 수백만명에 달할 것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법 적용을 받아 대략 2년 후 정도가 되면 주52시간제는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적용될 전망이다. 주52시간제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달성되고, 일자리 나누기와 소비효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경제효과를 동시에 거둔다면 제도는 성공적으로 안착될 것이다.
다만 국내·외 경기가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현재의 시점이 아쉽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R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R공포는 제조업, 도·소매, 고용 등의 주요 경제지표가 경기침체(Recession)를 가리킬 때 시장은 소비, 투자에 있어서 극도의 위축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미·중 무역 분쟁이나 유럽의 제조업지수 하락 등 세계경제가 어두운것은 물론 국내 경제지표들도 녹록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적용 기업의 생산성 향상 고려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하면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놓고 편법, 꼼수를 부리는 기업에는 철퇴를 가해야 하겠지만 경기침체기, 아니 적어도 세계적 저상장기에 기업성장이라는 계수를 고려한 주52시간제 안착에 정부와 국회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 노조도 개인의 ‘쉼’에 있어 시간의 상대성을 서로 인정하고 ‘성장 없는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 아래 현명하게 공집합을 넓혀 가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