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의 당시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낮아, 합병된다면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손해가 날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에 반대 또는 기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논의를 배제한 채 투자위원회 결의로 합병승인을 단독 처리해 국민연금 스스로 의결권행사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기관투자자의 행동강령인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집사처럼 고객들의 자산을 충실하고 선량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자율 지침)의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지난 1월23일 문 대통령이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 한 후,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 참여에 이어 남양유업에는 배당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도입 및 효과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결국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관치 금융의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며, 약탈적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활동을 활성화해 기업이 단기성과에 집중하게 될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전문 인력이나 자문사를 이용하게 돼 자본시장 참여자의 부담 가중으로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일리 있는 의견이고 경청해야겠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면 투자가 늘고, 이사회의 독립성 개선은 시장의 지속적 발전 및 장기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도입 논의 자체를 다투기 보다는 긍정적 효과를 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 또한 도입 후 야기될 수 있는 내부자 거래 및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등 법률적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수익률은 국민의 노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대주주의 탈법과 위법에 대한 문제는 사법기관에 맡기고, 관치금융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기금 운용에 있어서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이사회는 정부 인사가 전혀 참여하지 않고 글로벌 투자은행 대표나 기업 경영인 출신 등 연금 투자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로 구성돼 2018회계년도에 약 12%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달성했는데, 그 비결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가 일정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음에도 연방정부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꼽고 있는 것은 참고할 만하다.
瓜田不納履(과전불랍리 :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라는 고사성어가 있듯,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금을 통제해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의 수익률을 최대한 높여 국민의 노후자산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것임을 확고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