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2차 협력업체 서연이화-태광공업 소송전 진실은?
현대차 1·2차 협력업체 서연이화-태광공업 소송전 진실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1.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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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거래가 불러온 소송戰]①수직·폐쇄적 구조, 2차 업체 굴레로
1차업체가 M&A 당시 협박 등 이유로 2차업체 공갈죄 고소
1심 재판부, 전속거래 문제점 인정했지만 책임은 2차업체에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왼쪽부터 정재욱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 손정우 태광공업 대표, 김근식 서연이화 대표이사. 현재 태광공업과 서연이화는 M&A 과정에거 불거진 문제를 두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사진=신아일보 DB)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재욱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왼쪽), 손정우 태광공업 대표(가운데), 김근식 서연이화 대표이사(오른쪽). 현재 태광공업과 서연이화는 M&A 과정에거 불거진 문제를 두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사진=신아일보 DB)

현대자동차 전속거래 구조 하에서 2차 협력업체였던 태광공업의 손정우 대표는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와 법률 대리인인 대형로펌 김앤장에 맞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은 현대차 전속거래 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시작과 끝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만난 손 대표는 “아마 2심 최종선고가 나면 구속돼 만나기 힘들어질거 같다”며 애써 웃음을 띄웠다. 태광공업과 서연이화의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연이화가 태광공업을 인수하게 된 경위부터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태광공업은 서연이화가 운영하고 있다.

재정난에 회사 운영이 힘들어진 손 대표는 채권만기일인 2017년 4월26일 직전 서연이화에 자금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서연이화가 거절하자 손 대표는 태광공업을 인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서연이화는 이 과정에서 태광공업이 460억여원에 달하는 연대보증채무를 알리지 않고 인수대금 50억원만을 요구하다 계약 조건을 수시로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손 대표는 “태광공업 재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서연이화에 넘겼고 장부에 기록된 내용도 알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M&A 추진 과정에서 변경된 조건은 서연이화가 요구한 태광공업 직원의 고용 보장 부분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서연이화는 손 대표가 M&A에 연대보증채무를 가져갈 것을 요구하면서 받아주지 않을 시 납품을 중단하거나 금형에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또 김근식 서연이화 사장에게 칼을 들이대며 협박해 계약서에 날인했다며 공갈죄로 고소한 것이다.

손 대표는 “계약서에 날인한 당일 김 사장은 비서도 없이 혼자 찾아와 얘기를 나눴고 사무실에는 위협을 가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유양석 서연이화 회장이 전화로 ‘김 사장을 보내 사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기에 김 사장이 찾아온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어 손 대표는 “서연이화가 주장한 M&A 조건은 우리 입장에서 회사는 넘기고 빚은 떠 안으라는 말”이라고 밝혔다.
 
사실 서연이화의 M&A 추진 과정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2017년 4월28일 계약서에 날인했던 서연이화는 주말과 근로자의 날이 지난 5월2일, 은행 영업일이 개시되자마자 태광공업이 아닌 은행에 연대보증인수거절 의사를 밝히며 M&A를 무산시켰다. 서연이화는 이에 대해 연대보증채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손 대표는 미리 계획된 행보라 맞서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에 있었던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손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원을 선고하며 서연이화의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는 “현대차 협력업체 중 태광공업과 유사한 경우에 처한 업체들이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집행유예가 떨어진 건 태광공업 뿐”이라며 “최근 2·3차 협력업체에 제기된 공갈죄 소송은 큰 틀에서 태광공업과 같은 모습을 띄고 있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협박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오는 31일 선고를 앞둔 2심에서도 다뤄진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2심에서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1심 재판부가 현대차 전속거래 구조 하에서 하청업체는 납품단가 협상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임을 인정하면서도 협상력이 없는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지워버렸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