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업체가 M&A 당시 협박 등 이유로 2차업체 공갈죄 고소
1심 재판부, 전속거래 문제점 인정했지만 책임은 2차업체에
현대자동차 전속거래 구조 하에서 2차 협력업체였던 태광공업의 손정우 대표는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와 법률 대리인인 대형로펌 김앤장에 맞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은 현대차 전속거래 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시작과 끝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만난 손 대표는 “아마 2심 최종선고가 나면 구속돼 만나기 힘들어질거 같다”며 애써 웃음을 띄웠다. 태광공업과 서연이화의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연이화가 태광공업을 인수하게 된 경위부터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태광공업은 서연이화가 운영하고 있다.
재정난에 회사 운영이 힘들어진 손 대표는 채권만기일인 2017년 4월26일 직전 서연이화에 자금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서연이화가 거절하자 손 대표는 태광공업을 인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서연이화는 이 과정에서 태광공업이 460억여원에 달하는 연대보증채무를 알리지 않고 인수대금 50억원만을 요구하다 계약 조건을 수시로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손 대표는 “태광공업 재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서연이화에 넘겼고 장부에 기록된 내용도 알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M&A 추진 과정에서 변경된 조건은 서연이화가 요구한 태광공업 직원의 고용 보장 부분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서연이화는 손 대표가 M&A에 연대보증채무를 가져갈 것을 요구하면서 받아주지 않을 시 납품을 중단하거나 금형에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또 김근식 서연이화 사장에게 칼을 들이대며 협박해 계약서에 날인했다며 공갈죄로 고소한 것이다.
손 대표는 “계약서에 날인한 당일 김 사장은 비서도 없이 혼자 찾아와 얘기를 나눴고 사무실에는 위협을 가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유양석 서연이화 회장이 전화로 ‘김 사장을 보내 사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기에 김 사장이 찾아온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어 손 대표는 “서연이화가 주장한 M&A 조건은 우리 입장에서 회사는 넘기고 빚은 떠 안으라는 말”이라고 밝혔다.
사실 서연이화의 M&A 추진 과정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2017년 4월28일 계약서에 날인했던 서연이화는 주말과 근로자의 날이 지난 5월2일, 은행 영업일이 개시되자마자 태광공업이 아닌 은행에 연대보증인수거절 의사를 밝히며 M&A를 무산시켰다. 서연이화는 이에 대해 연대보증채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손 대표는 미리 계획된 행보라 맞서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에 있었던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손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원을 선고하며 서연이화의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는 “현대차 협력업체 중 태광공업과 유사한 경우에 처한 업체들이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집행유예가 떨어진 건 태광공업 뿐”이라며 “최근 2·3차 협력업체에 제기된 공갈죄 소송은 큰 틀에서 태광공업과 같은 모습을 띄고 있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협박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오는 31일 선고를 앞둔 2심에서도 다뤄진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2심에서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1심 재판부가 현대차 전속거래 구조 하에서 하청업체는 납품단가 협상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임을 인정하면서도 협상력이 없는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