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는 어떻게 이재용 경영승계 핵심으로 떠올랐나?
삼바는 어떻게 이재용 경영승계 핵심으로 떠올랐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1.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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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삼바 분식회계 논란] ①삼바 없이 불가능했던 삼성물산 합병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금산분리 충돌 삼성생명 대신 삼성물산 선택
이 부회장 지분 높았던 제일모직, 가치 상승에 삼바 지분 평가 활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논란은 삼성그룹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위협적인 일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7조원, 매출 3500여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에 불과한 삼바가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을까.

방점은 자산 기준 삼바의 30배가 넘는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지분 중 이건희 회장 3.88%, 이재용 부회장 0.65%, 삼성물산 4.65%, 삼성생명 7.92%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9.76%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직접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을 확대하는 것보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지배력 확대가 더 용이하다.

삼성생명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82%로 합병 이전 삼성물산 1.41%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금산분리 원칙과 순환출자 해소 요구,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대신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임으로써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총수일가가 취한 움직임이다. 이는 2015년에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나타났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 대상으로 정해진 이유는 명확하다. 2015년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25.1%의 지분율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삼성SDS 9.2%, 삼성엔지니어링 1.5% 등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율이 미미하다. 최대주주이자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여기서 삼바가 등장한다.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를 올려야 총수일가에 유리했던 합병에서 제일모직은 합병 직전 삼바 지분 42.6%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이전 삼성물산은 삼바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어 삼바 지분에 대한 가치평가가 클수록 제일모직이 가져가는 이점이 커진다. 2014년 상장 당시 제일모직의 투자 자산 가치는 4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합병이 총수일가에 유리했다는 정황은 삼성물산 합병 1년 전 제일모직 상장에서도 드러난다. 2014년 상장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437만평의 부동산을 취득원가 기준인 9000여억원으로 반영한 점이 논란이었다. 당시 상장 주관사는 부동산 실제 가치를 반영해 제일모직 자산을 재평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은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보통 기업은 상장 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치를 받으려 한다. 재평가한 자산을 반영하지 않은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5~6조원대로 예상됐다. 여기에는 재평가된 토지 가치가 3~4조원정도 덜 잡혔고 재평가 부분을 반영하면 제일모직 가치는 10조원에 이른다는 게 당시 평가다.

하지만 제일모직이 높은 가치를 가지면 그만큼 상장에 참여한 손도 많아지고 이 부회장이 가져갈 수 있는 지분은 적어진다. 제일모직은 상장 첫 날 공모가 5만3000원보다 100% 오른 10만6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고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 상장 후 얻은 차익 3조3252억원은 오히려 덤이다. 제일모직 상장 후 삼성물산 합병 때는 가치 상승에 집중했고 삼성물산 1대 제일모직 0.35의 합병 비율은 삼바와 제일모직 가치 평가가 더해져 이뤄진 결과다. 이 비율로 1.41%의 총수일가 지분은 합병 후 지난 3분기 기준 30% 수준으로 늘어났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삼바 지분 가치에서 분식회계 요인을 제외하면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0.35보다 높은 0.52~0.56 선으로 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 가지는 지분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생명은 상장사로서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삼바는 비상장기업이자 사업가치 평가가 어려운 신산업 회사로 상당한 재량성이 가능했던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