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사법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신아세평] 사법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8.12.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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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중국 한나라 무제(기원전 156~87년)때 장탕(張湯)은 어려서부터 법관의 자질이 있었는데, 기소된 안건을 한무제가 엄중히 처벌하려 하면 법을 엄중하게 집행하는 속관(屬官)에게 맡기고, 만약 한무제가 용서해주려고 하면 죄를 가볍게 다스리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속관에게 맡겼다.

한 예로 청렴하고 정직하지만 한무제가 좋지 않게 보던 ‘안이(顔異)’에 대한 고발사건에서 예전에 한무제가 내린 어떤 명령에 안이가 ‘입술을 삐죽 내민’적이 있었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황제의 명령에 입을 삐죽 내민 것은 마음속으로 황제를 비방한 분명한 증거’라고 판단해 ‘복비(腹誹: 마음속으로 비방함)죄’로 사형에 처하게 하였다.

이렇게 한무제의 마음을 헤아려 법을 적용·집행한 장탕은 마침내 문무백관을 감찰하는 어사대부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지만, 주매신등의 모함에 걸려 자살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위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 중 혹리열전에 수록된 장탕의 이야기 중 일부인데, 사마천은 장탕과 같이 법조문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자들을 두고 ‘무문농법(舞文弄法)’이라 했다. ‘붓을 함부로 놀려 법을 농단한다’는 뜻으로 법률가들이 법률 지식을 악용하여 법을 자기 입맛이나 권력자의 구미에 맞게 조작하는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지적한 사자성어이다.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는 대가로 대법원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밀거래, 법원 지도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감시·관리하는 블랙리스트, 치밀하게 계산된 악의적인 소송 지연 등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 문제와 더불어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대법원장에 대하여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법권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모두 의심되어 사법부의 존립 자체가 걱정되는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야말로 사마천이 2000여년전에 경고한 무문농법의 시대가 대한민국에 도래 한 것이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우리 헌법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법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한 이유는 사법부가 어떠한 세력에 종속되지 않고 분쟁을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판단하도록 해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즉 사법부의 독립은 목적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 보장되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사법부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와 사법 무오류주의에 빠져 대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고자 하는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치부하면서 국민으로부터의 재판 견제·감시조차도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사법부의 존립 근거가 무엇인지 망각하였기 때문에 사법농단 사태와 사법불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사법농단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고 사법불신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사법부 역시 개혁을 약속하고 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개혁을 진행할지 원칙조차 확립되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법개혁은 법원과 법관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조정되지 않고, 분쟁의 당사자에 대해 공정하게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하여 재판당사자 등 관계인들뿐 아니라 시민사회, 그리고 다른 법관 및 법률가들과 소통하면서 그 판단이 국민이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 즉 사법의 독립성과 더불어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향성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모든 법관은 법관에 임용되기 앞서 "본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를 한다.

위 선서에 사법부의 개혁방향이 모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현재의 위기가 신뢰받고 존경받는 정의로운 사법부로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여 본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