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슈분석] 건설 하도급 가설사무소 비용기준 마련 실패
[단독][이슈분석] 건설 하도급 가설사무소 비용기준 마련 실패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1.25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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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검토용역서 "표준품셈 적용 불가" 결론
현장별 제각각인 유형·크기로 '일반화 어려워'
발주·원도급자 지불 의지에 맡기는 상황 지속
서울시 종로구의 한 건설현장 우측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서울시 종로구의 한 건설현장 우측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정부가 표준품셈을 기반으로 한 하도급사 건설현장 가설사무실 설치·운영비 산출방안을 연구했으나, 결국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및 공종별로 필요한 사무실 유형과 크기가 다양해 원가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결국, 발주자와 원도급자의 의지로 하도급사 가설사무소 비용을 챙겨주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 국토부 "계약 당사자 간 해결해야"

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표준품셈 개정 시 추가 항목에서 '가설사무실 운용비'가 제외될 전망이다.

현재 발주기관은 표준품셈에 따라 노무비 기준으로 일정 크기의 사무실 비용을 원도급사에 일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무비 10억원이 필요한 공사에 100㎡ 규모 사무실 설치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원도급사는 이를 다시 하도급사마다 나눠서 지급한다. 하지만, 하도급사들이 현장에서 운영하는 가설사무소 비용에 대한 지급 기준은 없는 상태다. 

2년여간 개정 검토 실무를 맡은 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하도급사 사무실의 원가를 표준품셈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건설현장 실사 결과, 공사에 투입되는 여러 하도급사가 저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사무실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일반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 줄곧 설치돼 있는 원도급사 사무실과 달리 하도급사의 경우 미장과 타일, 난방 등 업체마다 필요한 시기에 일정 기간 동안만 현장에 있게 된다. 또, 공종에 따라 필요한 사무실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내부에서는 애초부터 하도급 가설사무소 비용 기준 마련이 쉽지 않았으며, 계약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토부 건설기준과 관계자는 "공사현장 사무실 비용은 본래 공사를 시공사가 직접 하라고 준 것이기에 본래 하도급사에 주는 것은 예정돼 있지 않은 일"이라며 "공사를 하도급 맡겼으면, 비용 분배를 하도급사와 협상해 해결해야지 공사현장에 들어와 있는 주체마다 필요한 비용을 모두 국가가 산정해 지급하다보면 공사비가 지나치게 증액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 하도급업체 직원용 사무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국토부 가설공사 표준시방서'(위)와 '가설 현장사무소 표준품셈' 중 일부. 표준품셈에는 발주청과 직접 계약관계인 수급자의 사무소 원가만 반영돼 있다.(자료=건설기술정보시스템)
건설현장에 하도급업체 직원용 사무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국토부 가설공사 표준시방서'(위)와 '가설 현장사무소 표준품셈' 중 일부. 표준품셈에는 발주청과 직접 계약관계인 수급자의 사무소 원가만 반영돼 있다.(자료=건설기술정보시스템)

◇ 다른 기준 적용 가능성도 살펴야 

전문가들은 하도급 가설사무소 비용 지급을 위해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가 아닌 다른 원가 기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운영되는 공사현장을 지금보다 체계화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표준시장단가 기준으로도 비슷한 사유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적이 있다"며 "국토부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 간 의견 조율로 해결하거나 조달청 발주 단가 등의 다른 공사원가 산정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공사계획이 치밀하게 짜여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현장 점검을 나가보면 본래 욕실 공사가 진행돼야 해서 사무소를 차려 놓았는데, 아직 골조공사가 끝나지 않는 등 공사일정이 얽혀 하도급사끼리 연쇄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직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발주자가 의지를 가지고 하도급 비용 지불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기창 한국건설관리연구원장은 "원가 산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더라도 사실상 발주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인증하는 방법이나 범위 등에 관한 세부 규칙 등도 제도적으로 보완돼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달청은 지난 1일부터 계약관계 조정을 통해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사의 공종마다 가설사무실 설치·운영비용을 공사원가에 반영토록 하는 시범사업에 나섰다.

이는 공사현장 점검 결과, 하도급사 사무실이 공사 공정이나 인력, 자재관리 등을 위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원가에 반영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직접 시행하거나 시공하는 일부 현장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공사 규모와 참여한 하도급사의 공종별로 어느 정도의 사무실 비용이 발생하는지 집계할 계획이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