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시험 문제 유출' 수사 결과 수능 이전에 내놓는다
'쌍둥이 시험 문제 유출' 수사 결과 수능 이전에 내놓는다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11.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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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집에서 의심 증거 포착…수사 '탄력' 받을 지 주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에 내놓기로 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전임 교무부장 A씨 부녀의 집에서 문제유출 정황이 의심되는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져 수사 마무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 사건 수사를 (이달 15일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에는 끝내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한다"며 "(A씨 부녀) 자택을 압수수색 했을 때 확보한 자료를 분석했더니 문제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끼리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에도 문제 유출과 관련, 일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 확인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 영어시험 문제의 정답이 메모 형태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전날 영어 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에는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정답에 해당하는 구절 정도만 메모돼 있었다"며 "메모는 시험 사흘 전에 작성된 것으로, 해당 문장이 포함된 지문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이 아니라 학교에서 지정한 참고서에 있는 지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쌍둥이들이 최근 치른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도 학교 측에 요청해 제출받은 바 있다.

경찰은 성적표를 확인한 결과,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던 지난 학기 기말고사보다 떨어진 점을 확인하고, 서울시교육청에 의뢰해 다른 고등학교 교사 3명을 전문가 자격으로 불러 쌍둥이 성적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너무 오래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수사 초기에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9월말 치러진 중간고사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으나, 수능을 치르는 달인 11월까지 수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초기에 마무리 짓지 못한 데에는 문제유출을 완전히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의 부재가 그 이유로 꼽힌다. 

경찰은 수사 착수 이후 9월 5일 문제유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전자기기를 디지털포렌식 수사한 결과, A씨가 시험지나 정답 목록 자체를 유출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A씨가 학교에서 시험 관련 자료를 빼돌리거나 하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정황' 증거로 A씨 부녀를 소환해 추궁하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쌍둥이 자매의 학원 성적과 이번 중간고사 성적, 다른 학교 교사 3명이 전문가 자격으로 쌍둥이 성적에 관해 낸 의견 등을 고려해 이들 부녀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A씨 부녀 등 피의자와 참고인들 진술, 압수품 분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불기소 의견 가능성 등은 수사를 마무리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