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지나갔지만 올 여름의 기나긴 폭염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이 이러한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자리 참사와 양극화 논쟁이 태풍으로 몰아쳐 폭염처럼 뜨겁다.
통계청이 정례로 발표한 고용지표와 연이어 발표된 소득지표에서 고용은 참사 수준으로 얼어붙었고, 소득수준의 양극화는 대협곡의 양 편 같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경관민 전 영역에서 논쟁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일어나는 것은 일자리 늘리기와 소득주도 성장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선언으로 출발한 문재인정부의 1년 성적표에 빨간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투는 키워드는 일자리,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이다. 세 가지 키워드는 맞물린 톱니와 같다. 순조롭게 물려 돌아가면 경제와 사회는 선순환 하여 평등 평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고, 어느 하나가 어긋나 조화가 깨지면 전체가 엉클어져 대 혼란에 빠지는 것은 정치경제와 사회공학의 기초이다. 정권의 주체와 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실은 나쁜 통계수치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이기 위한 최저임금 올리기는 이론상 맞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고, 이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이 늘어나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며, 이로 인하여 부자와 가난한 계층의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절묘한 해법인 듯 보인다.
그런데 최저임금에서부터 엇박자가 났다. 최저임금상승 수혜자를 흡수 할 절대 다수의 고용주가 인건비에 의지해 근근이 유지해 가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어나자 소상공업종이 가족끼리 좀 더 일하고 종업원을 해고하는 형편이 되면서 저 소득자는 그나마 생기던 일자리와 소득이 없어져 일자리도 줄어들고 소득도 없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드니 성장을 주도할 기초 동력이 없어진 셈이다. 허리 아래가 허약해지니 전체가 휘청거리는 꼴이다.
일자리 절벽도 같은 이유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분야가 일자리를 흡수할 형편이 아니면 대기업이 투자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기업적폐청산 대상에 걸린 이들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대기업 업종이나 업태는 고성장 저고용 구조에 들어선지 오래다. 결국 세금에 근거한 재정으로 충당하는 공무원 또는 공공분야의 고용증가가 고작이다. 집권당과 청와대, 경제당국은 한 결 같이 정책방향에 문제가 없고 다만 정책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확언하며 정책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열정이다. 소신과 책임은 정치의 미덕이다. 그러나 정책은 정치를 실현하는 수단이자 도구이다. 정치가 가치와 이념을 세우고 좌표를 세우는 일이라면 정책은 그 좌표에 이르는 직접적 운전이다. 운전에 직진만은 없다. 때론 서행운전도 우회 운전도 필요하다. 급발진은 최악이다.
냉정이 필요하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선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패가 정치의 실패를 부를 수도 있다. 자유 자율 자립을 유보하여 평등 평화 행복을 확실히 담보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하나에서부터 백 까지 나라(國)가 다 하면 민주(民主)는 어디에서 찾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