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공공주택] 김동현 공공주택 설계공모 전문위원 인터뷰
[당당한 공공주택] 김동현 공공주택 설계공모 전문위원 인터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7.2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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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층별 요구 반영해 주거 질적 향상 추구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창의적 목소리 듣기
김동현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전문위원.(사진=김동현 전문위원 제공)
김동현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전문위원.(사진=김동현 전문위원 제공)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상하좌우로 이어진 주택구조로 입주자간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소통의 단절로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의미의 공동주택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공차원에서의 주거 디자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시도인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에서 전문위원을 맡은 김동현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부터 이번 공모전의 의미와 우리 사회가 바라는 공공주택의 변화상을 들어봤다.

Q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는 어떤 의미를 갖는 행사인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기관 중 가장 많은 양의 주택을 공급하는 LH공사의 주택설계 방식에 있어서 일반 설계공모방식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다른 방식보다는 훨씬 더 디자인을 중심으로 선정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 방식으로 공급됐던 주택을 보면 디자인의 힘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공급자가 강조하는 사업성 위주의 선택과 당선안의 사후 변경, 그리고 LH 설계공모 전문업체들이 구축해놓은 생태계 등이 언급돼 왔다.

결과적으로 공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될 수밖에 없었던 기존 공공주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수요계층의 다양한 사회적 특성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주거의 질적측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공주택의 디자인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공모전이다.

Q 기존에 LH에서 해오던 공공주택 현상설계공모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것은 기존 LH 공모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건축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LH 공모전에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공공주택설계분야는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져 온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고정관념을 깨서 능력있는 건축가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참가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몇 가지를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존과 다르게 제시했다. 우선 업계에서 공정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인정받는 심사위원을 추대해 사전공지했고, 지침의 기술방식을 바꿔 기존 지침에서 창의성을 제한하는 부분을 최대한 지양했다. 또, 새로운 비전의 공모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참신한 아이디어가 제시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와 함께 제출물의 양을 줄이면서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심사될 수 있도록 심사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건축가들이 '기존과 다르다'는 느낌으로 의욕을 가지고 도전하도록 했다.

적극적인 참여유도와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일관되고 공정한 심사 이 세 가지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공공주택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첫 걸음이라 판단한 것이다.

Q 공공주택 디자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공공주택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넓게는 공공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예를 들면 임대주택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부터 안으로는 입주민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이용계층의 변화 및 시대적 변화로 인한 새로운 요구조건에 대한 미진한 대응 등 당면한 문제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는 제도적, 행정적 측면의 개선에 의해서 해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디자인의 개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공공주택 부분에서 디자인 개선을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거공간에 있어서 사회적, 계층적 요구사항을 얼마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는 디자인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또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의 효용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건물유형이 공동주택이다. 이 부분에 대한 건축설계 아이디어가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거생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Q 이번 공모전의 주제가 '공유와 소통'으로 정해졌다. 공공주택에 있어 공유와 소통이 갖는 의미는?

건축가들에게 던지는 가장 첫 번째 질문으로 '공공주택에 있어서 공유와 소통의 가치는 어떤 건축적인 아이디어로 구현돼야 하는가' 그리고 '그 제안이 기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효과적이고 기능적으로 작동하는가'를 제시하도록 했다. 여기서 공유와 소통이란 공공주택의 다양한 부분과 관계하는 본 공모의 키워드로서 △외부사회와의 공유와 소통 △커뮤니티 내의 공유와 소통 △과거, 현재, 미래와의 공유와 소통을 의미한다.

첫째는 단지와 주변 사회 사이의 분리를 유발하는 것은 공공주택의 울타리, 즉 경계공간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계 주변의 사회와 발전적인 관계를 정립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경계공간을 어떻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단지 내에 흔히 존재하지만 별다른 쓰임새를 가지지 못했던 공동의 공간에 새로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공공주택 커뮤니티 내 소통의 도구로서 공유의 공간이 적절히 제시될 수 있다면 입주민간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마지막으로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시간을 통해 공유되고 점유되는 장소로서의 공공주택은 어떤 공간적 장치나 지속가능한 기능을 가져야 오랜 시간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Q 우리 사회는 주택을 매우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주택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사회의 주택은 여러 가지 욕망의 결정체이면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왔다. 수많은 주체가 주택의 건설과 거래 그리고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만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즉, 주택은 정주(定住)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간적 정의일 수 밖에 없다는 다분히 건축적인 인식 말이다. 우리가 여러 주택의 유형 중에서도 공공주택을 논하는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건축가적 인식에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주택에서는 주거공간이라는 본질적 인식을 왜곡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돈이나 교육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런 왜곡의 요소로부터 멀어진다면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공간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사는 방식을 바꿀 수 있고 그로 인해 어떻게 사람들간의 관계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에 관해 알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공주택 설계대전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건축가들의 창의적인 목소리를 사회에 던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