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어느덧 중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선거 역시 출발부터 여기저기서 각종 잡음이 들린다. 가장 큰 잡음은 공천과 관련된 일이다.
상당수의 정당에서는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경선과 같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했지만, 여전히 몇몇 정당에서는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열심히 출마를 준비했던 수많은 후보자들이 반발을 해 당사를 찾아가 데몬스트레이션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자해소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들 중 일부는 무소속 출마를 하는 한편, 일부는 이념과 자기 신념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얼마 전까지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경쟁정당에 입당해 그 당 후 보로 나서는 웃지 못 할 일들이 곳곳에서 자행됐다.
모 당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가 무소속 후보를 지원 한다고 해서 윤리위원회를 열어 당원권 정지 처분을 하는 사건까지 벌여졌다. 공천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그 당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고, 그 후보를 지원한 사람은 그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역임한 중진급 인물이다.
우리나라 지방선거는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민주주의는커녕 비민주적 부작용이 더 크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광역 단체까지는 몰라도 기초단체 수준에 까지 정당공천제가 적용돼 마을 공동체를 이념과 정파의 이전투구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 선거 때 마다 대통령 공약으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가 거론됐고, 대부분 대통령 후보들이 수용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정당 특히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지역의 주요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기초단체장이며, 그나마 기초의원들이 대중 동원에 가장 효과적이어서 이들에 대한 장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공천과 관련해 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음성적인 뒷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과거 몇몇 지역에서 이러한 유형의 사건들로 인해 관련자들이 단죄를 받은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헌법 제 8조 2항에 의하면 “정당은 그 목적과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라고 돼 있다. 따라서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당권을 장악한 지도부에 의해 자행되는 비민주적 일방통행 식 공천은 위헌적 요소가 상당하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투표장에 가서 기표할 투표종류가 무려 7가지나 된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니 그냥 한 번호로만 찍고 나오는 소위 줄 투표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이 모두가 정당공천제가 낳은 하나의 부작용이다.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앙권력에 휘둘려 진정한 지방자치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으니, 주민에 대한 봉사는 없고 정당에 대한 충성만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