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즉시 처리”VS민“실력저지”
한“즉시 처리”VS민“실력저지”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11.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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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한미 FTA 연내 비준 놓고 날선 신경전
황진하 “여야간 여러 차례 토의 됐던 사항, 그대로 갈 것”

문학진 “합의 사실과 달라, 민주당은 동의 못한다고 했다”

여야는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비준 문제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후보 시절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만큼 재협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비준 동의안의 국내 처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시 정책 기조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17일 이전 비준 동의안 국회 상정을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미국 레임덕 세션이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기 때문에 외통위에서 이 문제를 상정하고 난 다음 (미국에)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여야간 여러 차례 토의가 됐던 사항이어서 지금 현재는 그대로 갈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여야 간사 간에 합의가 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민주당은 동의를 못한다고 했다”며 “미국 금융위기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레임덕 세션에서 한미 FTA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거의 0%”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자유선진당과 협조가 된 것도 여야 간에 합의가 된 사항이고, 미국에서 FTA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레임덕 세션에 간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그 때 미국 의원들이 워싱턴 D.C에 전부 모여 있기 때문에 미국 의회 사람들을 만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여야 간에 의견이 같아야 얘기가 잘 될 텐데 국내에서조차 여당과 야당 입장이 확연히 다른데 미국에 가서 그 사람들을 상대로 무슨 얘기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지금 이 시점에서 방미해서 미국 사람들을 접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사들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확연한 시각차를 보였다.

황 의원은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있다고는 보지만 오히려 그 입장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며 “오바마가 당선되고 난 다음에 최초로 다른 나라와 만든 협상을 깬다는 것은 부담이 크고, 자동차 문제로 FTA 전체를 볼모로 잡기에도 대단히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이태식 주미 대사가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 의회가 비준을 했다고 해서 미국 의회도 비준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했고 ‘미국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지금 미국 경제가 워낙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FTA에 올인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며 “우리가 서둘러서 한미 FTA 비준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황 의원은 “이 대사의 발언은 ‘금년 이내에 레임덕 세션이 열리 가능성이 적다’고 한 것이지 무조건 안 된다고 한 것이 아니다”며 “비준 동의를 먼저 하자는 것은 FTA를 우리 실물경제를 회복하는데 돌파구로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자는 것”이라고 맞섰다.

황 의원은 “우리가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가고 있어도 한국에서는 양국 합의사항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을 자극할 이유도 없다”며 “우리가 이행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미국한테도 재협상 요구를 차단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한미 FTA는 외통위만의 소관사항이 아니다”며 “FTA로 인해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의료, 금융 부문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회 전체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이어 “부시에서 오바마로 (정권이)넘어간 만큼 기본 철학과 스탠스가 다르다”며 “여러 가지 긴급히 변화된 상황에 맞춰서 우리가 좀 더 논의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