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신안보 위험에 적극 대응하자!
[신아세평] 신안보 위험에 적극 대응하자!
  • 신아일보
  • 승인 2018.03.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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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 사회를 위험 사회라고 한다. 위험은 어떤 행위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 또는 그로 인해 손실에 노출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세계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사이버 공간은 물론 물리적 공간에서도 서로 가깝게 연결되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식량위기, 감염병, 인구 변동과 난민, 테러, 사이버 공격 등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현대적 위험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중동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전에는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었던 메르스라는 감염병이 중동 지역에 대한 교류의 증가로 우리나라에서 창궐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던 경험을 한 바 있다.

또한 중국발 스모그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북한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은 주요기반시설은 물론 가상화폐 등 일상생활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우리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새삼 깨달음과 동시에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와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염려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위험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인한 피해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에 따른 피해 결과를 즉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적 위험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또한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적 위험은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초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국가는 물론 개인과 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적 위험에 대해 국민국가 단위에서 군사적 안보를 중시하는 전통 안보의 시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바탕으로 위험원을 식별하고, 취약성을 감소시키며, 결과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국제정치학계를 중심으로 신안보 혹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니 무척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신안보 또는 신흥안보란 미시적 차원의 개별안전(individual safety)의 문제가 양적으로 늘어나서 집합안전(collective safety) 또는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의 문제가 되고, 더 나아가 질적 연계성이 커지면서 거시적 차원에서 파악되는 일반안보(general security)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안보 관련 위험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메르스 사태 등 극단적 사건의 형태로 발생하고, 인간뿐만 아니라 물리적 환경을 이루는 사물이나 기술 등 비인간 행위자가 위험 발생의 주체가 되며, ‘위험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가시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안보 또는 신흥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 이외에도 기후·환경·식량, 보건·질병, 재해·재난, 테러, 에너지, 인구·이민, 기술보안, 사이버보안 등 현대 사회의 새로운 위험 분야를 안보의 문제로 포섭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신안보 이슈들은 전통안보 이슈와 연계돼 국가 간 갈등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부족으로 난민이 발생해, 이들 난민이 특정 국가로 유입돼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하거나, 일부는 다른 국가에 잠입해 이 특정 국가에 대한 테러 단체의 조직원으로 활동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다면 국가 간 갈등과 분쟁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러므로 신안보 위험에 관해 관련 학계와 정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초로 신안보에 대한 미래전략을 개발하고 국제협력을 전개하며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어떠한 기관, 조직이나 단체의 입장이나 의견과는 관련 없는 순수한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