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조에 정비사업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동법 제2조에서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종의 환경개선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건축사업의 주된 목적을 외면하고 물리적 노후화의 기준이 되는 구조 안전성에만 치중해 규제한다. 노후화는 기능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하는데 말이다. 즉, 물리적으로 노후·불량해지면 당연히 재건축사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적 측면인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노후화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기능적 측면까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기능적 측면에서는 점점 고급화, 기능화, 첨단화 된 아파트가 탄생하고 있어 사람들은 옷을 구입할 때도 신상품을 선호하듯 새로운 아파트, 스마트한 아파트, 신상품 아파트를 선호한다. 따라서 구조적인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재건축사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꼭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 투기나 투자다. 그래서 정부는 조기 재건축은 자원 낭비라고 하지만 실은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인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지난 2003년 도입됐으며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 4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 바로 구조 안전성이다. 이 항목의 비중 변화는 역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도 직결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안전진단 비중은 45%였으며 2006년 50%까지 올라갔다가 이명박 정부인 2009년 다시 40%로 낮아졌다. 그리고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20%로 완화하면서 강남지역의 재건축 단지들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다시 50%로 높이면서 주거환경 15%, 시설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구조안전성 지표를 높인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인 경우 재건축과 동일하게 운영돼 왔으나, 이제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후에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검증도 강화했다.
정부가 이렇게 재건축 사업을 강화하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해도 재건축을 할 수 없는 단지의 구분소유자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며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낡은 내 집을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정부의 규제로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은 사회성과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위해 규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공동주택은 개별 호수건물에 문제가 있어도 전체 건물에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주민간의 화합도 어려운데 재건축을 하겠다고 동의를 받아도 현지조사와 안전진단 등에 참여하는 공공기관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재량권 남용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강화가 서울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투기가 없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지역까지도 영향권에 있어 시장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물론 멀쩡한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것은 경제적 낭비라고 하지만 토지 이용측면에서는 주변지역과 잘 어울리는 최유효이용 상태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재건축사업 규제는 국민 누구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 규제여야 한다.
이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 국민이 성장하는 경제, 통합하고 상생하는 정치, 분권과 균형의 사회,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