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판 유니클로' 오렌지팩토리, 결국 부도
[단독] '한국판 유니클로' 오렌지팩토리, 결국 부도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3.26 06:23
  •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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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납품대금·임금·대출금 등 600억 규모 추정
안정적 수익구조에도 자금난…고의 부도설 '모락모락'
오렌지팩토리 구의점. (사진=김견희 기자)
오렌지팩토리 구의점. (사진=김견희 기자)

'한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던 의류할인매장 오렌지팩토리(대표 전상용)가 결국 부도처리 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렌지팩토리는 지난 1월30일 만기가 돌아온 어음 5억여원을 갚지 못해 1차 부도가 났다. 이를 급하게 막긴 했지만 지난달 6일 어음 5억8000만원 어치를 갚지 못해 2차 부도가 났고, 지난 23일 만기가 돌아온 4억여원을 변재하지 못해 결국 최종 부도처리가 된 것이다. 

주거래은행은 산업·기업·우리은행으로, 부도금액은 대부업체의 돈을 포함해 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팩토리의 모태인 우진패션비즈는 1988년 설립된 토종 중소기업이다. 특히 IMF 위기를 맞은 지난 1997년부터 용인, 남양주 등을 중심으로 유명 패션브랜드의 재고상품까지 값싸게 팔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할인 아울렛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단순 아울렛 개념에서 벗어나 제조와 유통을 병행하는 SPA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한국판 유니클로'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이유 없이 급격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협력업체는 물론 소속 직원들의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제품을 납품한 협력업체에 오렌지팩토리가 지급해야할 대금은 알려진 것만 14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월 14억원 정도의 직원임금이 지난 1월부터 체불되고 있고 이 중 일부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팩토리는 제조·유통업을 병행하면서 회사를 프라브컴퍼니와 우진패션비즈 두 축으로 나눴다. 물품을 공급하는 프로모션 업체들은 프라브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의류, 잡화 등 제품을 납품하고 우진패션비즈에는 오렌지팩토리의 화물(배송)을 포함해 직영·가맹점 등 점포관리 직원들이 소속돼 있다. 

일각에서는 '고의부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충분히 영업익을 낼 수 있는 수익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오렌지팩토리 측이 어음을 고의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협력업체의 대금 또한 차일피일 미뤘다고 업체 관계자는 주장한다.

또 오렌지팩토리의 부도를 막기 위해 돌아오는 어음을 협력업체들이 나서서 수차례 대신 막기도 했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오랜지팩토리의 연간 매출은 1200~1500억 정도다”며 “경상이익을 따져봐도 원가 기준 곱절의 이익이 남는데 판매액이 모두 어디로 흘러간 건지 알 수 없다"며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번에 8000장 정도의 제품을 납품하면 보통 4개월이면 소화를 한다. 올해 봄·여름 상품 역시 생산을 해놓았는데 대금을 받지 못해서 오렌지팩토리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며 "지난해 9~11월 납품 대금도 아직까지 못 받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뿐만 아니다.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위장 이혼설까지 나돌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상용 대표가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도 여주에 위치한 오렌지팩토리 물류센터를 최근 이혼 절차를 밟은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연경'으로 법인을 변경했다"며 "이 물류창고는 신탁으로 운영돼 추징을 피하기 위한 재산은닉을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 다른 협력업체는 대금 지급일이 계속 연기되자 이미 지난 19일 전 대표에 대해 횡령배임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사진=관련업체 제공)
(사진=관련업체 제공)

오렌지팩토리는 이런 의혹에 대해 뚜렷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지난 23일 오전 기업회생절차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납품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채권단과 합의 없이 진행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렌지팩토리는 지난 24일부터 전국 매장 몇 곳을 개방해 물건을 값싸게 팔아넘기는 일명 ‘땡처리’를 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회생절차 시에는 업체에게서 납품받은 재고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접수해야 하는데 한마디의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접수를 했다”며 “오렌지팩토리 측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로 받은 물건들을 처분하는 것은 ‘변칙판매’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