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미래 밝혀주길”… 전 재산 기부하고 떠난 이영숙 여사
“학생들의 미래 밝혀주길”… 전 재산 기부하고 떠난 이영숙 여사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8.03.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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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홀트아동복지회)
(사진=홀트아동복지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충남대학교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 이영숙 여사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이 여사는 지난달 27일 충남대를 방문해 "인재양성에 써 달라"며 5억원 상당의 건물 2채와 예금·적금·보험 등 6억원 상당의 현금을 발전기금으로 냈다.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명예위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던 이 여사의 평생은 녹록치 않았다.

10대에 이 여사를 임신했던 어머니는 출산 후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이후 이복형제들과 함께 살게 된 이 여사는 형제들의 구박과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17세부터 가사도우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1남 1녀의 자식을 낳으면서 가정을 이뤘으나, 집안의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생활을 위해 분식·칼국수 집 등 어떤 일도 마다치 않는 등 평생 기구한 삶을 살았던 이 여사는 몇 년 전에는 식도암, 작년에는 폐 질환까지 생기자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여사는 “살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배움에 대해 늘 굶주렸지만 때에 맞춰 배울 수가 없었다”면서 “작년에 근처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그동안 굶주렸던 부분을 해소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던 중에 폐에 병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돼 인생을 정리하며 수많은 기부처를 찾던 중, 그의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미혼한 부모와 친권이 포기된 아동을 위해 후원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병원을 찾은 이 여사는 “행복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하며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이 밝은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유지를 남겼다.

[신아일보] 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