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교수재임용제도 존치냐, 폐지냐 무엇이 문제인가?
[신아세평] 교수재임용제도 존치냐, 폐지냐 무엇이 문제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7.11.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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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돈 미술가·수원대 교수협의회 부대표
 

지난 10월 말, 필자가 가입해 있는 회원 약 200여명의 사립대학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단체 대화방에서 “교수재임용제도” 관련 논의가 뜨거웠다. 논의의 내용은 후반으로 가면서 교수재임용제도의 존치냐, 폐지냐로 모아졌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당시 대화 내용을 돌이켜보니, 회원인 모 교수가 올린 기사가 도화선이 되었다. 

기사는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재임용 탈락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상대 국가배상 소송”(2017.10.24.)이었으며, 이런 소송은 처음이란 소식이었다. 내용은 법관은 10년에 한 번씩 근무평정을 평가해 대법원장이 연임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데, 전직 법관이 소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임용 탈락되었고 부적격 법관으로 분류된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재임 이후 재임용 평가가 강화되었으며,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의 눈치를 보다보니 재임용 권한이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판사를 관료화하는 주 요인이라는 것이다.

위 기사에 빗대어, 회원이 주로 사립대학 그것도 비리사학에 있거나 사학민주화의 최전방에 있는 교수들은 첫째, 법관의 재임용 기간이 10년이란 것에 놀랐고, 둘째, 2012년 법관의 근무평정에 자질평가를 추가한 법원조직법 개정과 이에 발맞춘 대법원의 시행규칙이 비리사학의 교수 통제의 수단인 교수재임용제도와의 유사성에 놀랐다. 

대학 교수의 직위는 2012년 “교직원의 구분에 관한 고등교육법”의 개정에 따라 조교수, 부교수, 교수의 명칭으로 나뉜다.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략 조교수 3년, 부교수 6년의 기한을 두고 대학마다 마련한 교원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대학에서 교수를 통제하기 위해 악용되는 방법은 교원업적평가의 기준이다. 사립대학은 국 공립대학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하라고 사립학교법에 되어 있지만, 대학마다 처한 환경의 고려, 대학의 재량권과 교수 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마다 다 다른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비리사학들은 교수들이 계약 기간 내에 달성할 수 없는 높은 성과를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눈 밖에 난 교수들을 자르는 합법적인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달 교수들 중 일부는 재임용의 선혜를 베풀며 통제하는 대학도 있는 실정이다.

교원을 임용한 후 일정 임용기간이 지나면 재임용하는 재임용 제도는 1975년 7월 23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되었다. 재임용제는 글자 그대로 일정 임용기간이 지나면 재임용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비정규직 요소를 담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법원은 임용기간이 만료된 교원은 신분이 당연 상실된다고 보고 있고, 재임용거부처분을 받은 교원이 무효 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재임용되는 시점까지 교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다시 말해, 학교 측의 부당한 재임용거부에 대해 무효 판결이 나더라도 복직 이전까지의 재산상 손해는 보존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사립대학 교수재임용제도의 폐지는 교수와 교수 단체 한 둘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학교 측이 합리적인 교수 업적 평가를 거치지 않으면서 부당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재임용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재임용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교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하여 무턱대고 폐지할 수는 없다. 폐지에 따른 대학교수는 철밥통이란 비판을 피해가며 재임용 제도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급한 대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교수재임용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를 위해 첫째, 각 대학에서 남발되고 있는 교원업적평가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교원의 업적평가의 공익적 기능을 담보하면서 고등교육법상 각 대학의 목적에 맞는 표준 교원업적평가 항목을 교육부 산하 대학정책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하여 개발하고 시행령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임용제에 대한 사후 구제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재임용거부 처분에 대한 무효 판결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나면 대학은 재임용심사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재임용심사 절차 없이 즉각 재임용하고, 이후 법리를 다툴 수 있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기속력과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정된 행정심판법(2017.4.18.)에 준하도록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하여 소청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소청의 결정 불이행에 대한 구제명령과 손해 배상을 부과하고 이를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한다. 넷째, 법원의 무효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재임용거부처분을 내리는 등 부당한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할 경우, 학교 측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안의 실행 주체는 교육부에 있다. 

위 기사에서 보듯이, 법관이 재임용절차와 시행을 문제 삼아 법원행정처 또한 그 대상으로 소를 제기하였듯이, 사립대학 교수재임용제도 존치냐, 폐지냐의 실행은 교육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손병돈 미술가·수원대 교수협의회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