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법률홈닥터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키자
[신아세평] 법률홈닥터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키자
  • 신아일보
  • 승인 2017.10.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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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석 법학박사·고려대학교 연구교수

 

박근혜 전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총사퇴하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사퇴를 철회하지도 않음에 따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5명을 선임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3조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등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으로 하여금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법정형이 10년 이상인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받을 수 없는바,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것이다.  

국선변호인 등과 같은 법률구조 제도는 영미법에서는 물론 대륙법에서도 빈곤층에 대한 '공정한 심리(fair hearing)'를 보장하기 위한 변호사의 권리로 인식되어 발전하였다. 변호사 및 변호사 단체는 변호사 자치와 특권을 누리는 대신에 법률구조 활동을 통해 빈곤층을 대리하는 것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정부는 법률구조에 대하여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법률에의 접근성 보장을 통한 복지국가 추진을 위하여 중간 계층을 포함한 광범위한 법률구조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다. 이후 법률구조 제도는 1970년대까지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 확대되었으며, 국가의 지원 예산과 건수 및 대상자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서구사회에서 시작된 ‘정의에의 접근(access to justice)’ 운동 또한 법률구조의 제도화에 기여하였다. 이 운동은 “사람들이 보편적인 권리 주체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제도가 없다면 사람들의 권리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법률구조 제도는 정의에의 접근을 실현하는 법치주의의 보편적 작동기재로 인식되게 되었다.

한편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 이후 장기불황에 직면한 서구사회는 실업자의 증가, 모기지 연체에 따른 주택 압류 등으로 민사 법률구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렇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국가 경기불황으로 긴축 재정이 시행됨에 따라 법률구조 예산을 삭감하면서 효율적인 법률구조 제도의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서구 사회는 법률구조에 있어 취약계층의 법률정보에 대한 용이한 접근과 분쟁에 대한 사전적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법률구조법」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률구조를 제공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법률복지를 증진하고 있다. 또한 법률구조를 위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마을변호사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관들에 의하여 우리나라 법률구조 제도가 서구에 비하여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실업, 주택문제, 가정폭력, 아동 및 노인학대 등의 사회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혼인, 이혼, 호적, 가정폭력 사건은 물론 노동사건, 부동산 임대차사건, 채무 및 회생사건, 사회복지 수급 문제 등에 대한 취약계층의 법률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정부는 법률 상담 및 정보제공, 대상자 맞춤형 법 교육, 소송 방법 및 절차 안내, 법률구조기관 등 조력 기관과 연계를 목적으로 ‘법률홈닥터’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법률홈닥터는 변호사가 출장, 방문 상담 등을 통해 직접 찾아가는 제1차 법률서비스로서 취약계층에 대한 상시적이며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법률홈닥터는 대한법률구조공단, LH·SH 공사, 장애인인권문제연구소 등 지역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구조는 제도는, 서구 사회에서 알 수 있듯이, 취약계층의 다양한 법률수요에 대응하여 상담을 통해 법률정보에 용이하게 접근하게 하고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의 법률서비스 요구 수요를 만족시키며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취약계층에 대하여 변호사가 직접 상담하고, 상시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적극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법률홈닥터 제도는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법률홈닥터는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상담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거나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이 원하는 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하여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 법률홈닥터를 통하여 분쟁을 사전에 해결함으로써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으며 분쟁의 신속한 해결로 사회적 갈등 비용 또한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법률홈닥터 제도는 사회적, 경제적 또는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법률구조를 실행하고 분쟁을 예방하거나 조속히 해결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법률구조와 관련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법률홈닥터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오일석 법학박사·고려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