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 스칸디나비아 징크스에 또 무릎 꿇다
女핸드볼, 스칸디나비아 징크스에 또 무릎 꿇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8.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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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5초 전, 패색이 짙던 경기는 극적인 동점이 됐지만 마지막 순간의 방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

한국은 21일 오후 7시(한국시간) 베이징 소재 국가체육관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노르웨이에 28-29로 졌다.

결국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평균연령 34.7세의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의 현실은 결국 엇갈리고 말았다.

한국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4년 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주역들이 다시 한 번 주축을 이뤄 출전했다.

그러나 주포 이상은(33, 서울시청)과 스피드가 빠른 우선희(30, 루마니아 룰멘툴)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전력에 누수가 생겼다.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획득 당시에도 주전으로 뛰었던 오영란(36, 벽산건설), 오성옥(36, 오스트리아 히포방크), 홍정호(34, 일본 오므론) 등이 여전히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4년 전 그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은 선수 개인의 기량이나 팀의 전술에서 유럽의 높고 빠른 팀들에 위축되지 않았다.

하지만 평균연령 34.7세에 주전들은 대부분 30대라는 점이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의 현실이었다.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그간 돋보이는 장점이었던 스피드는 다른 팀들과 별 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경기를 치를수록 떨어지는 선수단의 체력이 약점으로 부각될 뿐이었다.

전통의 강호 노르웨이와 맞붙은 4강전. 전반은 노련한 한국이 최대 4점 차까지 앞서며 수월한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이미 6경기를 치른 한국대표팀의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 체력에서 우위를 보인 노르웨이에 역전당한 한국은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한민족 특유의 끈질긴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28-28, 동점을 만들었다.

모두가 연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노르웨이는 그 짧은 5초 동안 2번의 패스로 골을 만들어냈다.

약점을 대거 안고 펼쳤던 올림픽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오성옥과 오영란, 허순영 등을 포함한 주전 대부분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이었기에 더욱 더 아쉬운 경기였다.

선수들은 그대로 코트를 떠날 수 없었다.

다시는 오르지 못할 올림픽 무대였기에 그들은 한참 동안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줬던 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던 여자핸드볼은 1988서울올림픽과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며 단시간에 세계적인 강호로 발돋움했다.

3연패를 목표로 했던 애틀랜타올림픽에서도 여자핸드볼대표팀은 무난히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보였던 덴마크였지만 너무 상대를 쉽게 봤던 탓인지 연장 끝에 아쉬운 패배로 3연속 금메달을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 날의 패배가 차후 올림픽에서 이어질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스칸디나비아국가 징크스의 출발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4년 뒤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은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불식하고 4강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은 4강전에서 덴마크, 3~4위전에서 노르웨이에 연속으로 패해 4개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오려던 기록마저도 멈추게 됐다.

가장 극적이었던 대회는 아테네올림픽이었다.

어김없이 한국은 결승에 올랐고 지난 2개 대회에서 불운을 안겼던 덴마크와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극적인 동점으로 연장에 들어간 경기는 결국 2차 연장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페널티 슛아웃으로 승부를 가린 끝에 한국은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을 훔쳐야 했다.

다시 한 번 덴마크의 승리였고 한국으로서는 3개 대회 연속 덴마크를 상대로 한 패배였다.

직전 3번의 올림픽에서 한국여자핸드볼을 무릎 꿇게 했던 스칸디나비아 국가와의 경기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은 노르웨이와 맞붙었지만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베테랑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맞섰지만결국 승리는 노르웨이의 몫이었다.

또 한번의 스칸디나비아 징크스에 울어야 했던 한국 여자핸드볼. 그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며 흘린 땀에 비하면 분명 베이징올림픽의 성적은 다소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