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법 위헌 논란, 입법부·행정부‘충돌’
가축법 위헌 논란, 입법부·행정부‘충돌’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08.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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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고시를 통제하는 것은 정부 행정입법권 침해”
여야 정치권 “‘심의’ 강제적이지 않아 위헌 소지 없어” 정부가 21일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위헌 제청 가능성을 시사,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면 충돌했다.

법제처는 이날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9일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소지 및 법체계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데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위헌 운운은 난센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법적 논리에 대한 판단 끝에 위헌 제청을 진행할 경우 입법부와의 법리적 공방은 헌법재판소가 판가름하게 될 전망이다.

법제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해 “수입위생조건을 행정입법의 유형인 고시로 위임한 이상 고시의 제·개정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심의라는 형식으로 고시를 통제하는 것은 헌법 제75조 및 제95조에 따라 정부에 부여된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며 “뿐만 아니라 헌법상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또 “수입위생조건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고시로 위임하고 이를 다시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자체에서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한다”며 “국회 심의는 예산안 심의·확정이나 법률안 심사와 같이 체계, 형식, 자구 및 내용 변경 등 모든 것을 국회에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어 국회의 ‘동의’보다도 훨씬 행정부의 권한과 자율성을 약화하거나 상실시킬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정부의 입장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심의조항에 들어간 그 내용들은 이미 정부에서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 천명한 내용이고 일부는 한미 쇠고기 심의에서 이미 반영된 내용”이라며 “그 내용이 지금 가축법에 일부 법제화가 됐는데, 그걸 두고 위헌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어차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때는 정치권의 동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만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이라는 국민적 갈등을 다시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서 정치적으로 정부를 도와준다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도 “법제처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는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요구했던 국회 ‘동의’는 헌법에 근거 없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므로 위헌 소지가 많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심의’는 강제적이지 않아서 위헌 소지가 없다”고 법제처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법제처의 입장에 대해 “헌법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고 적반하장의 논리로 입법부인 국회를 모독하는 매우 오만불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하위법인 ‘고시’에 위임한 것을 상위법인 ‘법률’이 그 위임을 거두어들이고 법률 그 자체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헌법이 법률로 정하게 할 사항을 법률보다 하위인 명령(대통령·부령)이나 규칙, 고시 등의 형태로 정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최재성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가 여야의 어려움 끝에 합의한 사안에 대한 딴죽걸기”라며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야할 농림수산식품부가 위헌 운운하는 것은 기본적인 자격에 의심이 된다는 국민적 정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