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다리 없는 뒤 투아 "물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한 쪽 다리 없는 뒤 투아 "물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8.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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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다리가 없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긴 눈빛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나탈리 뒤 투아(24, 남아공)는 지난 20일 순이올림픽수상공원에서 열린 여자수영 마라톤 10km에서 2시간00분49초09를 기록하며 1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0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고배를 마신 이후 투아의 비극은 2001년 다가왔다.

당시 17살이던 그는 말 그대로 '수영 유망주'였다.

학교에서 훈련이 끝난 뒤 스쿠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차와 충돌했고, 왼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뒤 투아의 담당 의사는 운동선수를 꿈꾸던 그의 다리를 지켜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다리 아래를 절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쪽 다리를 잃은 뒤 투아는 6개월 뒤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갔다.

운동 선수로서가 아니었지만 그는 물 속에서 모든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몸이 성한 사람들과 경쟁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몸은 턴을 하고 수영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물 속에서는 내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나다.

" 뒤 투아가 다시 물 속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수영 마라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 시도된 종목이다.

이것이 뒤 투아에게는 기회였다.

절단된 다리로 단거리 승부를 하기는 힘들었지만 마라톤 수영에서는 승산이 있었다.

마라톤 수영에선 다리보다 상체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16위를 기록했지만 금메달을 따낸 라리사 일첸코와의 차이는 1분22초02. 이날 뒤 투아 뒤로 9명의 선수가 더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미국의 클로에 수튼은 "나는 내 옆에 있는 뒤 투아를 이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며 "어떻게 한 다리로 그런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믿을 수 없다"고 감탄했다.

동메달을 따낸 카산드라 패튼은 "내가 뒤 투아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며 "정말 멋진 역할 모델이다"고 극찬했다.

금메달을 딴 일첸코도 "내 금메달을 나눠 갖고 싶은 기분"이라며 "너무 존경스럽다.

뒤 투아를 보는 것 만으로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함께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이 존경스러움을 표했지만 뒤 투아는 자기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뒤 투아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면서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2012런던올림픽때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기 이전에 뒤 투아는 올림픽 출전 선수다.

뒤 투아는 자신의 올림픽 출전이 "모든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한 뒤 투아는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

나는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했다.

내 사고 이후 나는 좋지 않은 일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뒤 투아는 다음달 6일 막을 올리는 패럴림픽에도 출전한다.

패럴림픽과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는 역사상 처음이다.

"꿈을 가졌으면 목표를 세우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흔한 말이지만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