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중간결산]효자종목, '국민의 무관심이 키웠다'
[올림픽중간결산]효자종목, '국민의 무관심이 키웠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8.2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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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4년 동안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소중한 장(場)이다.

비록 몇몇 종목에 한해 프로선수들의 참여가 허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선수들은 아마추어의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이는 2008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농구와 야구, 축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다.

대회 폐막을 4일 앞둔 20일 현재 금 8개, 은 10개, 동 6개를 획득해 종합 7위에 올라있는 한국은 대회 초반의 무서운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메달 획득의 기세가 잠시 주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메달의 유무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따낸 메달의 분포를 살펴보면 가장 놀랄만한 메달은 '마린보이' 박태환(19, 단국대)의 것이다.

한국은 그의 맹활약에 힘입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수영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획득한 것이다.

이어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춘 남녀 양궁이 단체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고, 개인전에서는 박경모(33, 인천계양구청)와 박성현(25, 전북도청)이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에서는 진종오(29, KT)가 홀로 분전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1개씩 따냈고, 유도의 최민호(28, 한국마사회)와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이효정(27)-이용대(20, 이상 삼성전기)조도 소중한 금메달을 국민의 가슴에 안겼다.

가장 놀랄만한 성적을 올린 종목은 역도였다.

당초 확실한 금메달 후보 장미란(25, 고양시청)을 제외하고는 메달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던 한국 역도였지만 놀라운 투혼을 선보이며 역도는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이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장미란 이외에도 메달 유망주였던 사재혁(23, 강원도청)의 맹활약과 윤진희(22, 한체대)의 깜짝 준우승으로 금과 은을 1개씩 추가할 수 있었다.

더욱이 장미란이 5개의 세계기록을 새롭게 작성한 데 이어 '금메달리스트' 사재혁과 아쉽게 메달을 놓친 이배영(29, 경북개발공사), 김수경(23, 제주특별자치도청), 지훈민(24, 고양시청), 임정화(22, 울산광역시청)가 한국기록을 경신해 역도에서만 총 13개의 새로운 기록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메달을 얻어낸 종목들을 지켜보면 바로 올림픽이 열리는 4년마다 국민들의 관심을 반짝 받는 '비인기종목'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수영과 배드민턴의 경우는 많은 동호인들이 있어 그 소외감이 덜할지라도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역도를 포함해 사격, 양궁은 평소에는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어린 선수들도 적을뿐더러 운동을 해오던 유망주들도 운동을 등지기 일쑤였다.

국민들의 무관심은 묵묵히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종목에 대한 자존심과 함께 책임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더욱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그 결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훌훌 털어버리듯 전세계의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며 베이징 하늘 아래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지난 날에도 그랬듯 이들의 금메달과 좋은 성적에 국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비록 금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아마추어의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까지 이들은 대회가 끝나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또 다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2008베이징올림픽은 그 어느 올림픽보다 비인기종목 선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던 대회다.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중국에서 열려 아무런 불편함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도 한 몫하면서 선수들의 뜨거운 땀의 진가를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08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2012런던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 4년의 기간 동안 비인기종목대표선수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 경기를 펼쳐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수들은 또 다시 묵묵히 땀을 흘릴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그들은 또 다시 공을 쥐고 과녁을 겨냥하고 차가운 쇳덩어리를 들어올릴 것이다.

4년 뒤 자신들을 위해 박수쳐 주고 응원해주는 국민들을 위해서 그들은 조용히 땀을 흘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