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60년과 광복 63년
정부수립 60년과 광복 63년
  • 오세열
  • 승인 2008.08.20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연일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국민모두가 올림픽에 폭 빠졌다.
오가나 올림픽 이야기가 화제다. 우리 젊은이들이 금빛소식이 시원하다.
금빛물살을 가르고 그들의 가슴팍엔 태극기가 선명하다.  올림픽에서 세계와 겨루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들의 당당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8.15 광복절이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우리겨레가 나라를 되찾은 날이다.  1945년 8월 15일엔 남한도 북한도 없었고 오직 해방된 한민족만이 었다.
그 이후 국토가 갈리고 두정부가 들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광복절이 남북에서 두루 경축 하는 날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것도 남북간이 아니라 우리사회 내부에서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엔 야당이 불참했다.
거리와 광장에서 ‘광복절’을 기념하는 시민 사회단체의 행사에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우익단체들의 행사가 따로 열렸다.
행사 내용과 외치는 구호만 보와도 같은 국경일을 경축하는 행사라곤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다.
통합 상징이 어느덧 본연의 씨앗이 돼버린 격이다.  민주당은 경축식 참석을 거부 했다.
8.15는 광복절인데 이를 ‘건국절’로 바꿔 역사를 왜곡 하려는 일부세력의 음모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대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서울 효창공원에 있는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
정부가 경축의 키워드를 ‘광복63주년 건국60주년’으로 잡은 것은 언제가 해마다 맞이한 광복 기념일이었을 뿐 아니라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은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말하면 태어나서 환갑을 맞은 날이다.
8.15를 1945년 광복기념일이 아니라 1948년 건국기념일로 바꿔 ‘건국절’을 제정 하자는 건 그야 말로 몇몇 우파인사의 극단적 주장에 불과하다.  광복절과 정부수립(건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광복 없는 건국이 어떻게 가능하며 건국 없는 광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경축식에서 말한 것처럼 5000년 한민족의 역사가 임시 정부와 광복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계승 됐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였다’고 평가한 뒤 후손들이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60년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더욱이 정부에서 주관하는 경축식은 정권이나 정당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 기념식이다.  그래서 3부 요인과 각 정당 대표가 모두 초대 된다.
국가를 구성하는 한 제도적 장치인 야당 이라면 마땅히 참석했어야했다.
그런데도 명색이 제1 야당이요 ‘50년 역사의 정통야당’임을 자부하는 민주당이 우리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말을 빌미로 8.15경축식 참석을 거부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명분이 약하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 오해를 살 움직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8.15기념행사를 준비 하는 과정에서 ‘건국절’을 만들자고 주장해온 뉴 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목소리를 주로 경청했다.  명칭에서도 ‘건국60년’만 주로 부각 됐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법안을 제출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으로 예단 해 거국적 경축 행사에 불참한 야당의 결정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유한한 정권에는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지만 영구히 함께 발전 시켜야 할 국가 공동체의 존재 가치마저 훼손하는 일은 자제해야한다.
대나무는 언제나 매듭을 지으면서 새 마디를 만들며 자란다.  야당은 현 정권의 역사인식을 비판 할 수 있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법안부결을 주장 하면 된다.
8.15는 명칭 한 획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광범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 국민 대표들의 베이징의 감동을 보자 정치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감동의 정치를 펄쳐야 한다.
감동의 정치가 어려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 진정성을 담으면 된다.
우리는 60년 전 건국의 정신이 옳았고 곡절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에 성공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60년 은 신민지와 분단 독재와의 종속과 같은 부정적 개념은 벗어 던져야한다.  광복 63년 정부수립 60년을 맞아 각계 지도층과 국민 모두가 건국이념을 열린 마음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