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장’ 서 ‘물반장’ 까지
‘홍반장’ 서 ‘물반장’ 까지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08.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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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투성이’ 홍준표…평가 크게 엇갈려
여야가 19일 82일만에 18대 국회 원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한 가운데, 협상을 주도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원구성 협상에 마침표를 찍음에 따라 국회 정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반면, 협상을 두달반 이상 끌어오면서 지도력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의 수위를 놓고 민주당과 청와대를 동시에 설득하는 양면 작전을 펼치는 등 천신만고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그는 청와대에 대해서는 광우병 발생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 30개월 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 재개할 때에는 반드시 국회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토록 설득했다.

동시에 그는 민주당이 반대해온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부칙을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안을 끝내 관철시켰다.

여야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축법이 여야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시험’을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그동안 협상 과정을 치르면서 당 안팎에서 입은 상처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원구성 협상에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지만, 막판 청와대의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물론 청와대가 특위를 구성해 장관과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홍 원내대표에게만 원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나 당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홀로 일을 처리하는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대선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일방적으로 취하하고,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의 MBC PD수첩 증인 채택을 철회하는 등 민주당에 양보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당론 수렴없이 일을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한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치러진 상임위원장 경선 결과 또한 홍 원내대표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경선에서 원내대표단이 인선한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인 1승1무1패에 그쳐 홍 원내대표는 적잖이 ‘스타일’을 구겼다.

문광위의 경우에는 원내대표단이 내정한 고흥길 의원이 96표를 얻어 정병국 의원(59표)에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지만, 남경필 의원과 최병국 의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남 의원은 통외통위원장 경선에 나섰다가 박진 의원에 6표차로 졌고, 정보위원장 내정자인 최병국 의원은 권영세 의원과 같은 78표를 얻었지만, ‘동수의 경우 다선,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

경선 결과가 홍 원내대표에 지도력에 직접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겠지만, 경선 결과는 홍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원구성 협상이 끝나면 통상 원내대표의 말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홍 원내대표로서는 고민이다.

협상 이전이야 원구성이 당내외 최대 현안인 만큼 협상의 대표인 원내대표에게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지만, 상임위가 구성된 이후에는 의원들이 각개 약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어서 현실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통제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친이계에 속하긴 하지만 친이 직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친이계와 친박계라는 당내 계파의 틈바구니 속에서 홍 원내대표의 중심잡기가 쉽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취임 초기 국정운영 공백상태에서 국정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신주류’로 급부상했지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친이계의 지지 이탈로 세 부족의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상처 뿐인 영광’이었던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향후 행보에 있어서 소중한 내적 자산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범친이계의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원구성 협상을 결과적으로 비교적 무난히 치러낸 만큼, 이를 바탕으로 당내 계파를 추스르고 대야 관계에서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