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라이벌 꺾고 둥지 위로 '훨훨'
미녀새, 라이벌 꺾고 둥지 위로 '훨훨'
  • 신아일보
  • 승인 2008.08.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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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 러시아)가 동갑내기 라이벌 제니퍼 스투친스키(26, 미국)를 누르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신기록이자 올림픽 기록인 5m05를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18일 오후(한국시간) 올림픽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5m05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신바예바는 예상대로 우승,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올림픽 무대를 제패했다.

반면, 이신바예바의 아성에 도전했던 스투친스키는 4m80에 그쳤다.

스투친스키는 이신바예바와 함께 4m80을 넘은 2명 안에 포함돼 양자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세 번의 도전 끝에 4m90을 넘지 못해 은메달에 그쳤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 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이신바예바이긴 하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 행보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신바예바의 이번 올림픽 금메달 전망에 적신호가 켜지게 만든 소식은 올림픽 개막 한 달을 앞둔 지난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최고기록 4m88에 그쳤던 스투친스키가 미국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m92를 넘었다는 소식이 이신바예바에게 전해진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이신바예바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지난 2005년 8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여자로는 최초로 '마의 5m'를 넘은 뒤 이후 무려 3년 동안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지 못하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 차례도 대회 우승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다른 선수들의 기록이 이신바예바의 그것에 비해 뒤처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온 스투친스키의 4m92는 수치상으로는 이신바예바의 당시 기록(5m01)에 분명 뒤지는 것이었지만, 챔피언의 위치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기록이었다.

드디어 이신바예바 앞에 라이벌이 등장한 것이었다.

스투친스키의 급부상과 함께, 라이벌의 존재가 서로를 더 강하게 한다는 스포츠계의 정설은 또 한 번 입증됐다.

이신바예바가 물꼬를 트듯 다시 세계신기록을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신바예바는 스투친스키의 기록이 나온 지 엿새가 지난 7월1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08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골든리그 3번째 대회 '골든 갈라 로마'에서 5m03을 뛰어넘어 자신의 기존기록 5m01을 갈아치웠다.

이어 7월30일 남부유럽 모나코에서 열린 2008 IAAF 슈퍼그랑프리대회 '2008 에르퀼리'에서도 5m04를 넘어 2주 만에 또 하나의 세계신기록을 빚어냈다.

힘을 되찾은 이신바예바는 다시 2주가 지난 후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면서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에게 승자의 포효를 선사했다.

그렇게 이신바예바는 '새둥지(냐오차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높이 날아올라 미녀새의 명성을 다시금 세계만방에 떨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