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라인 문책, 능사 아니다”
“외교라인 문책, 능사 아니다”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07.3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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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서 ‘독도언급’ 안하면 부적절”
청와대는 30일 아시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삭제에 이어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지명 변경과 관련 외교안보라인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에 대해 “여러가지 상황이나 여건을 볼 때 문책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에 대해 여러가지 경위로 파악해 보니 새로운 팩트가 나왔다.

불문곡직하고 ‘책임지라’고만 하는 건 좀 그렇다.

문책을 위한 문책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책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이명박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은 없지만 ‘경위를 알아 보라’고 말씀하셨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고 있을 뿐”이라며 “처음에 우리가 파악했던 상황에서 변화가 있어서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한게 있고 책임질 사람이 있고 책임질 사안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일관된 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마치 무슨 상황만 발생하면 경위는 따져보지도 않고 책임져야 한다는 듯이 몰아가는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팩트가 나왔다’는 말은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장기, 단기, 중기에 걸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지 완벽하게 다 나온게 아니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지금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도 있는데 ‘무조건 문책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며 “문책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독도 문제를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거론할 수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 독도 문제를 반드시 의제에 포함하거나 채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도 우리측 정서나 상황을 이해할테니 거론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문제가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도 내용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부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서 자꾸 ‘문책이 불가피하다’ 식으로 보도하는데, 인사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파악이지만 대안 제시도 해야 하고 그 파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 저의를 갖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최소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미국이 어떤 저의를 갖고 (이런 일을) 한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 시스템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잘 돼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달 초순 한미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어떤 형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도 부적절할 것 같다”고 30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양측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 문제를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라며 “의제는 주말 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독도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키면 그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미국측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는 청와대 내부적으로 한일 양국 현안을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한 미국이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한데 대해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강경론이 맞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지만 이 문제가 양국 최대 현안인 만큼 독도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다만 형식과 최종 결정 과정에서 양국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