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실용외교’ 사면초가
이명박 정부 ‘실용외교’ 사면초가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07.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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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도 미지정 지역’변경, 분쟁지역화 日전략 동조 한 듯
잇단 ‘외교적 망신'에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이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10.4 정상선언' 부분이 동반 삭제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사더니 이번에는 독도 문제로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의 귀속국을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 사실상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도 속절 없이 당하고 있었던 것. 연이은 실책에 당황한 청와대는 현재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검토 중이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적됐던 장기적인 비전 부재가 단순한 인적쇄신으로 갈음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올인'해 왔다.

이는 지난 10년 정권 하에서 대미관계가 악화됐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새 정부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감수하면서 미국에 매달리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동북아 외교 및 4강외교의 중대 축인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까지 공을 들였지만 결국 미국과의 관계도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어색해져 버렸다.

국민적 공분으로 새 정부 국정운영의 근간이 흔들렸는데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강화라는 끈을 놓지 않던 정부는 이번 독도 지명 변경 문제로 이런 기대감을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일본에게서도 뒤통수를 맞긴 마찬가지였다.

국내의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과거사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며 한일 신 시대를 천명했지만 일본은 새 정부의 대일 유화책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쇠고기 파동'으로 서먹해진 미국, 한미동맹 강화로 어색해진 중국에 이어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서 이명박정부의 ‘실용외교' 정책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4강 외교도 문제지만 대북관계 악화는 새 정부가 두고두고 짊어져야 할 부담이 돼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보수층을 의식, “대북지원은 하되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 뿐 아니라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출범 초기 대북 발언에서 북한을 자극할 만한 단어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남북관계는 휘청이기 시작했다.

결국 금강산에서 우리측 관광객이 등 뒤에서 총에 맞아 숨졌는데도 현지 조사는커녕 적절한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ARF 의장성명 삭제 파문까지 겹쳤다.

이 대통령이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줄곧 ‘미국통'들을 전진배치해 왔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새 정부가 미국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펴다가 동북아 외교 및 4강외교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 재고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