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성명 막판 수정…“외교 미숙"
ARF 성명 막판 수정…“외교 미숙"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07.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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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선언’·‘금강산 피격사건’패키지 삭제
여“금강산 삭제 유감”vs야 “국제적 망신…장관 사퇴해야”
교도통신“ARF 성명서 금강산 사건 삭제는 북한의 요청”

외교통상부는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인 싱가포르가 채택한 의장성명에서 당초 성명에 포함키로 했던 '10.4 선언' 관련 내용과 '금강산 피격사망사건' 관련 내용이 우리측의 요청으로 모두 삭제 된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오늘 오전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가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과 만나 의장성명에 포함된 10.4 공동선언 관련 항목과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 관련 항목을 함께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2개 항목을 빼달라는 우리측 요청과 관련, “ARF 회의기간 중 북측만 10.4공동선언에 대해 언급했을 뿐 참가국들이 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이에 의장성명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6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의장성명이 수정되는 과정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지난 24일 밤에 나온 ARF 의장성명이 당초 우리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싱가포르의 입장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수용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한편 ARF 의장성명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관한 문구가 포함됐다 빠진 전(全) 과정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따가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강산 문제를 ‘의장성명'에까지 담으려 했던 목표 설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우리 정부가 10.4선언에 대한 북한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뒤늦게 ‘10.4선언'은 물론 금강산 사건 관련 문구까지 삭제하는 ‘이례적인 외교'를 벌임으로써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로 비외교적 행동으로 비칠 수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서 ‘10.4선언'과 ‘금강산'을 모두 삭제시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에서 금강산 피살 사건 관련 문구가 삭제된 것은 북한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교도통신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ARF 참가국 관계자 말을 인용, 24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ARF 의장 성명에서 금강산 지역에서의 한국인 피살 사건의 조기 해결을 요구하는 기술이 발표 다음날에 삭제된 것은 북한이 강하게 요청했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2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