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회장, 집유 5년
이건희 전 삼성회장, 집유 5년
  • 김두평기자
  • 승인 2008.07.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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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1100억원…에버랜드 CB 편법증여 무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민병훈)는 16일 삼성특검에 의해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조세 포탈 등의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주식 차명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학수 전 부회장은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640억 원을, 김인주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740억 원을 각각 선고했다.

최광해 전 부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0억 원이 선고됐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무죄, 김홍기 전 삼성SDS 사장과 박주원 전 경영지원실장은 면소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또 “실권을 미리 알고 진행했다고 해도 실질적 인수권을 부여한 이상, 비서실 지시에 따랐다고 해도 배임죄로 보기 어렵다”며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는 “50억원 이상 인정되면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5만5000원이 정상가격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 SDS 주식의 유통량이 적고 거래가격 왜곡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나 특별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주식 차명 거래를 통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과세기준이 변동된 1999년 이전의 포탈 행위는 사기 및 기타 부정행위로 볼 수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1999년 이후에 한한 포탈혐의만을 인정,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전 회장은 개인 재산을 직접관리하지 않고 관리를 맡기고 보고만 받았으나 조세포탈의 수익자로서 지휘 감독 책임이 무겁다”며 “이학수, 김인주씨도 실제 실무자들과 접촉해 감독하고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16분께 수행원 등 3명과 함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자줏빛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한 이 전 회장은 쏟아지는 빗 속에 우산을 쓰고 부축을 받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묵묵부답인 채 법원으로 들어섰다.

이건희 전 회장은 이날 선고결과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책임은 지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폐를 끼쳐 죄송하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