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개입, 투기세력만 덕 봤다
환율 개입, 투기세력만 덕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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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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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40억달러짜리’ 환율 개입…결국 실패
경제 3인방회의, 재정부 일방통행식 시장 개입 경고 강만수 장관의 외환시장 40억 달러 개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정부가 달러당 원화값을 1020원에서 1050원 사이에 인위적으로 묶어두려는 외환정책은 결국 아까운 외환보유액만 낭비할 뿐 오히려 원화값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환율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이후 대략 100억 달러 이상 대규모 개입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안 발표와 때를 같이해 이날에만 무려 4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1057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1035원까지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감을 16분 남겨둔 이날 오후 2시44분, 달러화 매도 주문이 몰려들면서 환율이 갑자기 22원이나 떨어졌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1030~1050원대에 묶어두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하루만인 3일 다시 1045원으로 마감됐다.

결국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40원 오른 1050.40원으로 거래를 마쳐 2005년 10월25일의 1055.0원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50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정부는 시장 개입 여부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에 대해 삼성선물 정미영 팀장은 “투기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지만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금리는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고 유가 상승 역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환율에 손대는 것 밖에 없다”며 “환율이 고삐가 풀려서 1060원 선이 깨지게 되면 1100원까지 갈수 있고, 물가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투기세력들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환율을 끌어내릴 것이 분명하다면 달러화를 사서 들고만 있어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만약 환율 1050원일 때 100만 달러를 사들이면 10억5000만 원인데, 정부가 환율을 1035원까지 끌어내린 뒤 다시 달러화로 바꾸면 101만4493달러가 된다.

결국 15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들이 달러화를 사들이면 환율이 다시 뛰어오른다는게 또 문제다.

정부가 40억 달러를 쏟아 부은 다음날인 3일 환율은 다시 1045원으로 뛰어올랐다.

정부가 환율을 낮출 것이 확실하다면 달러화를 계속 사서 환율이 떨어질 때까지 들고 있으면 된다.

이처럼 투기세력들이 벌어들인 차익은 고스란히 정부의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현대선물 이상일 차장은 “정부가 얼마를 개입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외환딜러들이 시간대를 보고 추정한다”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 통화가 모두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통화만 강세로 돌아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개입이 하루 종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 막판에 시도되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자 청와대가 조율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 3인방은 지난 3일 오찬 회동을 갖고 최근의 환율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외환관련 정책을 지휘·조정하는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고, 재정부의 일방통행식 시장 개입에 대해 일종의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정부의 단일 창구로 작동한다는 합의에 따라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환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다만 물가안정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 목표로 제시한 상황에서 재정부의 환율하락을 위한 매도개입을 중단하라는 주문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회동은 재정부의 좀더 노련하고 조용한 개입을 요청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