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노사’
‘나쁜 노사’
  • 김미소기자
  • 승인 2008.07.05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관한 ‘정치파업’에 동원
자동차 산업 성장에 ‘제동’ 현대차, 300억 손실 전날 13만여명이 동참한 총파업을 진행했던 민주노총은 3일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총파업 투쟁을 이어간다.

민주노총은 이날 16개 지부가 시도별 촛불집회에 참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우문숙 대변인은 “오늘은 각 사업장에서 파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어제 13만여명이 참여한 총파업을 통해 민주노총의 강력한 의지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력부대로 11만여명이 2시간 부분 총파업에 참여했던 금속노조 역시 이날 촛불집회에 집중키로 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파업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한 최소한의 2시간 제한적인 파업이었다"며 “쇠고기 재협상과 중앙단체교섭 등의 요구안에 대한 금속노조의 투쟁 의지나 정당성을 단체 행동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전날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 건설노조가 파업을 실시해 모두 13만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4만5000명, 기아자동차 3만명 등 전체 240여개 사업장 11만 40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해 차량 20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00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으며, 기아차는 900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120억 원가량의 매출손실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파업 주동자 10명에 대해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산업 피해는 없다"면서 “잔업이나 특근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총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고소·고발이 예정된 가운데 민주노총은 4일과 5일 10만이 참여하는 서울 상경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글로벌시대의 자동차산업 정책과제’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취약한 현장 경쟁력과 낙후된 노사관계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최대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생산현장은 노조의 작업공정 간 이기주의 팽배, 직업의식의 약화, 생산성과 무관한 단기 이익 극대화 관행 등으로 모든 측면에서 동맥경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박 교수는 “노사 모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회사와 노조, 노조와 노조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혼돈의 노사관계’가 조직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능력,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노사관계와 현장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글로벌 브랜드 구축 경쟁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노사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자동차산업도 디지털 플랫폼 리더십을 구축해 시장 변화를 선도한다면 차별화와 프리미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휘발유가 콜라, 우유보다 비싸지는 등 지구촌이 오일 쇼크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친환경 미래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 국내진출 가시화와 렉서스 전 차종을 하이브리드화로 추진하고 있으며, BMW는 2020년까지 50%를 수소엔진으로 가져가는 로드맵을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일본 업체에 비해 제조능력이 부족하고 노사관계가 취약한 국내업계가 경쟁력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타 업종 간 교류 활성화, 산학연관 연계 강화, 상생협력체제 구축 지원 등의 정책 추진을 통해 네트워크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제조능력 제고 지원과 협력적인 노사관계 유도 정책, 국가브랜드와 기업브랜드의 연계 활용방안, 중소 부품업체들의 해외진출 지원 및 수출경쟁력 제고정책, 기술융합화 대응 및 원천기술 확보방안, 우수 R&D 인력양성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문 상근부회장은 포럼 인사말에서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미래지능형 자동차 개발, 중소 부품업계 육성, 노사관계 안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위기대응을 주장했다.

이동근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기조연설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성장 동력인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며, “초고유가 등 원자재가 급등과 선진국의 CO2 배출 규제강화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만큼 정치파업 등 소모적 논쟁보다는 노사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한 것과 관련, '산업파괴적 행위'라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무역협회는 "고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우리 경제가 IMF 사태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산업파괴적인 행위로서 우리 경제와 수출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익을 물론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경제활동의 기초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엄정한 법 집행과 사회질서 유지에 보다 적극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