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MB노믹스·구호그친 ‘747’전략
방황하는 MB노믹스·구호그친 ‘747’전략
  • 신아일보
  • 승인 2008.06.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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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FTA문제 장기대책없이 즉각 대응
<‘경제살리기’어디쯤 가고있나>

리더쉽·신뢰위기로 국민 공감대 형성 실패
‘강부자’논란·당청간 갈등·물가폭등등 발목
‘비즈니스 프렌들리’표방…대운하논쟁 계속
일자리 감소…대선공약 300만개와 큰 차이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대던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00일 회의를 소집했다. 자신의 공약인 ‘뉴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제도적 틀을 거의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 후 미국정가에서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은 특별한 의미다. 정부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수립하고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선진화·실용·변화·화합’ 등 4대 키워드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며 “올해를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현재 경기 침체로 인한 물가폭등, 쇠고기 파동 등 일련의 악재들로 이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747(7% 경제성장, 1인당 4만 달러, 세계7대 강국)’ 전략을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는 녹녹치 않은 문제에 당면해 있다. <편집자 註>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전문가들은 '리더십과 신뢰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발판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으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국민의 시각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조각 파문에서부터 각료 및 청와대 수석에 대한 '강부자' 논란, 주요 현안을 놓고 당청간의 갈등, 경기 침체로 인한 물가폭등, 쇠고기 파동 등 일련의 악재들은 이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고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또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다 보니 정작 노동.복지.교육.환경 등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분야는 소홀히 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동시에 친기업 정책을 편다고 했지만 경제정책의 각론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 기업체가 체감하는 정책 변화도는 미미하다는 점도 새 정부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 대통령은 해결책으로 최근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1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신통치 않다.
또 취임 100일도 채 안 돼 국민 앞에 고개 숙인 대국민담화는 대통령의 진실이 전달되지 않은 국민을 호도하는 담화였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위기의 이명박 정부. 과연 그의 공약은 일종의 포퓰리즘에 그친 것인지 그 쟁점을 살펴보자.
◇747은 정치적 구호
이 대통령의 후보.인선위 시절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와 7(7% 경제성장).4(국민소득 4만 달러).7(전 세계 7대 강대국), 300만개 일자리, 공교육 2배 육성 사교육비 절감, 국가책임 영·유아교육 실시, 서민주요생활비 30% 절감, 연간 50만호,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12만호 공급, 일 잘하는 실용정부 구현, 비핵·개방 등이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747공약 등은 현재 논란만 일으킬 뿐 실행되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반대 여론이 점점 증가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리서치가 지난 4월17일부터 4일간 전국의 20~49세 남녀 2446명에 대해 온라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대운하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2%는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EO들 사이에서도 대운하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영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대의견이 40%로 찬성(37%)보다 높았다.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대표적인 이명박식 불도저 정책의 본보기라고 꼬집고 “잘못하면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대운하 사업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국민의견 수렴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은 채 '밀실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물길 잇기'라는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그마저 대운하의 다른 이름이라고 알려지면서 도리어 국책연구원의 양심선언으로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등 비판 여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대운하를 하겠다고 하면서 '물길을 잇는 것'이라고만 하고, 또 어떤 때는 '올해 안에 하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일관성과 신뢰가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권위적 리더십에서 국민친화적 리더십으로 바꿔나가고, 다른 정치적 주체들과의 협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다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집단과 공동해법을 찾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높여야 문제점을 풀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부 내각 인선과 관련해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표절을 아주 예사롭게 생각하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편법적 가치관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사람들이 중용됐으니 MB정부는 선진화도 아니고 실용주의도 아니다, 오히려 후진화요, 편법적 조급주의, 실적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성장도 고용도 암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달 1일 올해 신규 일자리수를 불과 22만2000명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했던 35만개와는 무려 13만개나 차이가 난다. KDI는 게다가 일자리 감소추세가 꾸준히 이어져 2012년에는 15만2000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5년 간 30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와는 ‘하늘과 땅’이다.
2000년~2005년 사이 신규 취업자는 외환위기 때 급락했던 경제활동참가율이 회복되면서 평균 34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6년 29만5000명으로 감소한데 이어서 2007년에는 28만2000명으로 하락했다.
올해는 사정이 더 악화됐다. 1월 23만5000명, 2월 21만명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3월에는 18만4000명으로 20만명 이하로 내려갔다.
특히 일자리 수 축소가 단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고용 침체'의 고착화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새 정권 출범 초만 해도 7%대 성장을 자신했던 정부도 현실을 인정하고 “6% 성장도 힘들다”고 성장 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했는데지금은 4% 후반대로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도 부족해 ‘아우성’이다.
노동부의 지난해 ‘노동력 수요동향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에서 필요한 인원 대비 부족한 인원의 비율을 표시하는 인력부족률은 3.23%로 2006년 2.74%(부족인원 20만5000명) 보다 0.2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은 23만5000명으로 전체 부족인원의 9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통계청은 지난 3월 졸업 후 학원에 다니는 등 취업 준비생이 65만6000명,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 포기자’가 131만6000명 등 ‘사실상 실업자’가 200만여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은 애초부터 딜레마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왔던 부동산관련 공약 가운데, 출범 후 100일 동안 적극적으로 실행에 나선 사항들은 막상 별로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이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 및 1가구1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및 1가구2주택자 양도세 경감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부가 반대하면서 종부세 완화 내용은 제외하기로 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 초 잠잠한 모습을 보인 강남 부동산시장과 달리 오히려 강북지역의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규제 완화와 집값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새 정부의 딜레마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장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은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부동산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일단 생각보다 공약사항이 많이 뒤로 미뤄졌다”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이 시장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책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강남을 풀려면 강남에 주택공급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택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집값 때문에 못하고, 강북은 인프라를 위해 뉴타운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하지만 연초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악순환이 되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를 얘기했지만 가격 안정을 부르짖다보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도 “신혼부부 주택공급 등 정부 부처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손대고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시장경제를 얘기하면서 정부가 저소득층을 책임지겠다는 등 보수정당답지 않은 애매한 공약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공약을 만들었을 때에는 지금쯤 부동산시장의 가격 조정이 오리라 예상해, 그렇게 되면 세제 등을 완화할 명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39개월간 상승하는 등 최장기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까지 불황이 뻔 한 현 시점에서 부동산을 부추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을 하게 되면 이주 수요 때문에 전세값이 오르고, 이어서 매매값이 오르는 데 어떻게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확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은 학자들도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공급을 확대하려면 내부적으로 곳곳의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국민들은 과거5∼6년간의 쓰라린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인지 조그만 가격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토론 등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 등이 없으면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논리는 있는데 국민들한테 설득할 리더십이나 추진동력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촉발된 한반도 대운하,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각'시행착오' '국회가 임무를 방기했다' '여야가 역할 인식을 제대로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 마디로 'Try and error'"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시행착오 속에서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여건보다 현상적인 것에 매달려서 쫓아가는 형국이 벌어졌다"며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가 큰 전략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전술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그 때 그 때 상황만 처리했지 준비되지 못한 100일"이라며 "이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소통 시점이나 스타일이 미숙했다"고 평가했다.
즉,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쇠고기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장기적인 전략 없이 현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면서 정쟁만 난무했다는 평이다.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회동에서 보듯이 '소통'은 시도했으나 사전 조율이 없이 일방적으로 만나면서 최소한의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한 형식적인 만남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100일 전략을 짜서 갔어야 하는데 100일 전략보다 지나치게 자신감 속에서 추진하다가 시행착오가 발생했다"며 "100일 동안 이명박 정부는 혹독한 시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컨설팅 전문 업체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지난 100일은 청와대 네티즌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양상"이라며 "국회가 임무를 방기했다"고 총평했다. "무책임한 민주당과 무기력한 한나라당"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국회의 '임무 방기' 이유로 쇠고기 파동에서 정치권의 대응 태도를 들었다. 그는 "국회가 정부와 여당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네티즌의 힘을 모으지 못했다"며 "특히 민주당은 쇠고기 파동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을 하지 못하는 등 리더십 부재라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도 책임 있게 지도자로 나서서 정리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전혀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지 않으므로 야당은 대통령 탓만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당과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은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는데 역할의 전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엄청난 실정을 했는데 충분히 강한 반대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그는 "여야가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하니까 야권이 쇠고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민심을 뒤따라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최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에 대한 장관해임 건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해임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 야당이 대안 세력이라고 표를 달라고 하느냐"며 "뻔뻔스러운 일 아니냐. 충분히 대안이 있는 반대 정당의 역할을 하지 못했으므로 지지가 떨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당과 대통령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민심을 제대로 청와대에 전달해지 못하고, 해결책을 찾는데서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임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아직도 여당인줄 착각하고 있는데 충분히 반대하는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의 잘못된 부분은 충분히 지적하되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이 소통은 있었지만 소통의 내용이 채워지지 못했고, 여야가 있었지만 제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을 지난 이 대통령이 대선 승리 당시의 초심을 회복, 18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재가동하는 한편 이를 국면 전환의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귀호기자 gh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