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동원 행정대집행‘물의’
노숙자 동원 행정대집행‘물의’
  • 신아일보
  • 승인 2008.05.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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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 대전충남본부 ‘일일 고용계약’ 악용
한국토지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는 지난21일 서구 도안동, 가수원동, 관저동, 유성구 원내동등 4개 지역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벌였다.
그런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서울역 노숙자들과 영등포역 노숙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토공과 철거용역 계약을 맺은 A업체는 용역업체 직원 250여명을 투입, 오전 6시부터 36가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들 용역업체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20일 밤 12시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모집대자보 공고를 통해 모집된 노숙인들로 일당 6만원의 일용 용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경비업법 시행규칙에는 용역을 고용할 경우, 28시간의 안전교육을 해야하고 ‘건물, 토지등 부동산 및 동산에 대한 소유권, 운영권, 관리권, 점유권등 법적권리에 대한 이해 대립이 있어 다툼이 있는 장소에 투입 할 경우, 24시간 전 관할 경찰서에 신고’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용역업체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용역 경비업체로 등록한 것이 아니라 ‘일일 고용계약’ 형태로 경찰서에 신고 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철거반원 신상명세서를 오늘 새벽 5시 40분께 받았다. 용역경비업체였다면 24시간 전에 28시간의 교육을 했어야 하지만 일일 고용계약일 경우에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편법을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숙인 복지원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동혁 활동가는 “20일밤 12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새벽 6시부터 현장에 투입 됐다면 28시간 교육과 24시간 전 통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불법과 편법으로 노숙인들을 동원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이원호 국장은 “이런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역 노숙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일당 6만원의 200여명 인력을 모집하고 다닌다고 들었다”며 “노숙인들은 단순한 일용직으로 생각하고 가지만 철거현장에서 다치거나 할 경우는 아무런 치료도 받을 수 없어 노숙자 동원 문제는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철거현장에서 만난 한 철거반원은 “어제 노숙자 모집 과정에서 몸이 불편한 노숙인들이 찾아오자 돌려보내기도 했다”며 노숙인 모집 내용을 시인 했다.
토지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서울업체와 용역을 체결한 것뿐”이라며 “용역업체 직원들은 명백하게 신원을 파악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실시된 행정대집행에서는 이주를 거부하는 일부 주민들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편, 지역 용역업체들은 “용역업체가 대전지역에도 많이 있는데 굳이 서울업체를 불러들여 이런 불상사를 자초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용현기자
9585k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