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했다 취소 ‘유령집회’ 판친다
신고만 했다 취소 ‘유령집회’ 판친다
  • 신아일보
  • 승인 2008.02.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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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사들 항의 집회 원천 차단위해 年中 매일 신고
시멘트 공장들이 다른 단체 및 주민들의 항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연중 상시적으로 집회 신고를 해놓고 실제로는 거의 집회를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천·단양 시멘트 공장들은 화물연대, 덤프연대, 주민, 환경단체등 이해집단들의 항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년 내내 집회를 신고해 놓고 있어 기업이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천·단양 경찰에 접수된 시멘트 회사들의 집회 신고 현황에 따르면 제천 A시멘트의 경우 2006년부터 현재까지 시멘트 공장 진·출입로를 비롯해 공장 주변 일대 10여 장소에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집회신고를 해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은 단양 지역 S시멘트와 H시멘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한 시멘트사들의 집회 목적과 이유는 대부분 ‘환경정화를 위한 촉구대회’나 사내 노조측의 ‘근로조건 개선’ 등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이러한 목적으로 집회를 연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제천 A시멘트사의 경우 2006년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집회를 연 것은 단 한번 뿐이었고 단양 S시멘트사와 A시멘트사의 경우도 1년여 동안 두 회사가 집회를 연것은 단 6회뿐이다.
집회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집회를 열지 않는 이른바 ‘유령집회’가 법적 제재 규정이 없는 헛점을 이용해 무방비로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시멘트 회사들의 이른바 ‘유령집회’신고로 인해 공장 피해를 호소하며 항의 집회를 갖고자 하는 주민들은 정작 집회를 열고 싶어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단양군 어의곡리 주민들은 S시멘트 사측의 대부허가 연장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려 했으나 S시멘트 측에서 미리 집회신고를 해 부득이 공장 주변에서 집회를 열지 못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기업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침해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실정은 현행 실정법인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너무 느슨한 규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경찰관계자 및 법률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옥외 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은 선행 집회 신고가 있으면 같은 시간이나 장소에선 다른 주최자가 신고를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선행 집회 신고자가 집회나 시위를 하지 아니하게 될 경우에는 신고서에 적힌 집회 일시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그 사실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집회 신고를 했다가도 집회 시간 전에 취소하면 되고 이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가 없으므로 기업들은 집회 신고를 선점했다가 다시 이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다른 집회는 열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이러한 실정이 현실적으로 모순된 것이란 인식을 하고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에 대한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에 집회신고를 미리 막을 수 없도록 되어 있고 나아가 집회를 신고하고 열지 않아도 처벌이나 제재 규정이 없으므로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시멘트 사측은 “그동안 시멘트 공장에 대해 불만을 품을 단체나 주민들의 무분별한 항의 집회로 생산활동이 중지되는 등 기업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또 언제 어떠한 형태의 항의 집회로 생산을 중단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부득이 회사의 사활을 위해 연중 상시 집회신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해명했다.
제천·단양/박종철기자
jc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