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벌꾼-빨치산, 서로 화합의 만남
토벌꾼-빨치산, 서로 화합의 만남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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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마천면 현장서 비참했던 한국전쟁 되새겨
함양군 마천면 현장서 비참했던 한국전쟁 되새겨
반세기만에 비록 적이었지만 살아남은 것 반가워



한국전쟁때 지리산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빨치산과 토벌군 생존자들이 옛 전쟁터인 함양군 마천면 현장에서 만났다.
당시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송송학(77·사천시), 정구현(80·진주시)씨와 토벌군으로 참전했던 윤갑수(82·당시 토벌군중대장·함양군), 이동식(85·토벌군 대원·함양군), 하재옥(80·함양군), 문창근(76·함양군)씨 등 6명은 지난 26일 정오께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가흥교 위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지난 얘기를 나눴다.
마천면 가흥교는 한국전쟁때 마천지서(경찰서)와 토벌군의 작전벙커 역할을 한 곳으로 가흥교 주변에서 빨치산과 토벌군이 수시로 교전을 벌인 역사적 장소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시간에 찾은 전장이기 때문인가 어색하고 서먹한 만남의 순간이 지나자 이들은 악수하고 포옹한 뒤 역사와 서로의 목숨을 빼앗던 전장을 얘기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빨치산이었던 정씨는 “총구를 겨눴던 당시는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었으며 서로의 명예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다”며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때는 비록 적이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반갑기만 하다”고 말했다.
토벌군 이씨는 “당시 전쟁으로 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동포들끼리 서로 총을 들고 죽여야 산다는 이념으로 싸웠다“며 “아군과 적군 모두 우리형제이지만 당시는 적을 죽여야만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형제끼리 총칼을 맞대고 서로 죽인 기억이 70살 때까지 악몽으로 당시의 시절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구동성으로 “서로의 목숨을 뺏던 사람끼리 이렇게 만난 사실이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낭송했으며 조만간 이 편지를 발송키로 했다.
편지는 ‘전장에서 자신들에 의해 죽어간 넋들에게 사죄하고 지난 날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조국통일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북한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건 한국이라는 것을 북한도 알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당시 좌우익은 물론 억울하게 죽어간 주민들을 위해 합동위령탑 및 위령비 건립이 필요하다”며 “마천면에 합동위령탑을 건립해 줄 것을 천사령 함양군수에게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만남은 한국전쟁때 인민군사령부가 있었던 마천면 백무동에서 2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제7회 지리산천왕축제‘(추진위원장 노길용)를 주관하는 함양군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려 마련한 것이다. 함양 마천/박우진기자
wj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