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21세기형 ‘공동주택 문화’ 만들자
[기고칼럼] 21세기형 ‘공동주택 문화’ 만들자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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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식 이아파트비드 대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생활을 하다보면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이 더 친밀감이 생긴다. 반면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관계라도 생활 속에서 공통분모가 없다면 거리감을 느낀다.

‘이웃사촌’이란 표현이 적확한 예다. 지금이야 핵가족이 대세지만 4촌은 친형제 다음으로 가까운 혈연관계다.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4촌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 이웃사촌인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데서 생기는 친밀감이다.

아파트 전자입찰 사업을 하는 관계로 주거문화에 관심이 많다. 먹고 입는 것이야 개인적 취향만으로 가능하지만 주거문화는 보다 복잡다단하다. 인류가 국가를 형성하던 초기 형태가 씨족국가나 부족국가였던 것을 상기하면 마을 단위로 공동 생산하고 협동해 적의 침입을 막아내면서 생긴 관계다. 개인뿐만 아니라 제 가족의 생사를 같이 맡기는 사이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화를 살펴보면 마을공동체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경주 이가’나 ‘김해 김가’처럼 성씨에 본이 붙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우리 유전자에는 어디에서 누구와 같이 사느냐에 따라 특이한 기질이 달라졌다.

최근의 주거형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공동주택이다. 아파트나 빌라, 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한 개의 동이나 읍, 면 수준인 곳도 있다.

이제 단순히 행정적 편의뿐 아니라 생활의 클래스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딴 ‘힐스테이트족’, ‘자이족’, ‘레미안족’ 등은 나름대로 각각의 특성을 지닌다. 그저 단순히 생활하는 아파트 브랜드가 아니라 교육, 소비,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먹고 입는 것은 개인의 건강이나 외모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 주거 문화는 그들이 갖는 생각, 소비패턴, 교육 수준 등 품격까지 영향을 미친다.

일부에서는 우리 정치의 폐해라고 손꼽는 ‘지역주의’도 같은 틀에서 생각하면 무조건 비판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다. 지역주의라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지역의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어떤 부락이 발전이 더디거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면 힘을 모아서 개량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아 개선하듯이 지역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특정 지역의 당파성을 폄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압축 성장을 이룩한 국가다. 불과 1세기 전 농경사회였던 작은 나라가 전쟁의 폐허까지 극복하면서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다시 정보화 시대를 견인하면서 지금은 세계 10대 수출국으로 발돋움 했고 2017년에는 세계 5위의 교역국을 넘보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해마다 볏단을 새로 이어 지붕을 얹던 초가에서 양철지붕의 주택개량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현대화된 아파트에서 생활 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고유의 ‘마을문화’를 ‘공동주택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도 좋고 중앙정부와의 차별도 좋다. 각 지역에서 각 마을별로 독특한 주거문화를 만들고 계승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유근식 이아파트비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