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240번 버스' 논란… 피해자만 남았다
'해프닝'으로 끝난 '240번 버스' 논란… 피해자만 남았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9.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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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정신적 고통'에 휴직계까지… 전형적인 '마녀사냥' 지적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40번 버스 아이 유기사건'에 대한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논란의 책임소재를 놓고 지난 11일부터 사흘 간 계속되던 진실공방이 단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버스기사 A(60)씨는 버스회사 측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휴직계까지 냈지만, 회사 측의 만류로 당분간 휴가를 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루아침에 '마녀사냥' 피해자가 된 A씨에 쏠렸던 비난이 성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언론의 속보경쟁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7살 어린 아이만 정류장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달라는 엄마의 요구에도 다른 정류장까지 버스를 몬 운전사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는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A씨가 운수사업법과 도로교통법, 버스 운영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건대역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을 향해 출발한 직후 여성 승객 B씨가 "어린 딸이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을 때 정차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당시 버스는 정류장을 떠난 지 10초가량 지나 4차로 도로의 3차로에 진입한 뒤였기 때문에 다시 4차로로 이동해 인도변에 임시로 주차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기사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고 버스 내부의 CCTV를 살펴본 결과 해당 기사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A씨가 아이가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출발한 뒤 이를 알게 됐다는 점도 밝혔다.

이 같은 서울시의 발표와 더불어 같은날 오후에는 240번 버스 사건의 최초 제보 글을 게재했다고 밝힌 누리꾼의 사과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 누리꾼은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하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기사님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가 어느정도 확인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의 폐해'라는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A씨를 곤경에 빠뜨린 마녀사냥의 가해자는 누구일까. 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SNS상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과, 무차별적인 비난과 억측을 공유해 논란을 확산시킨 네티즌이 아닐까.

실제로 240번 기사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회사에는 휴직계까지 제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경찰과 면담을 끝낸뒤에는 이번 논란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언론을 고소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직접 취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기사 해임 청원까지 올라왔던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론화하고 마녀사냥에 이용하는 네티즌과 기자를 처벌해달라", "인터넷 윤리 교육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더 이상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언론과 네티즌 모두 자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