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개세주의’ 예외 없다…종교인 과세는 당연
[기자수첩] ‘국민개세주의’ 예외 없다…종교인 과세는 당연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09.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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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0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종교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지급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전격 통과했다. 지난 1968년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한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공포된 시행령 안대로라면 종교인들은 지난 2015년부터 일반 국민과 똑같이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종교분리 위배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고 종교인 과세는 이를 이기지 못한 채 ‘유예’라는 희망고문만 남기며 현재까지 표류해 왔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종교인 과세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조계종·천주교 등을 직접 예방해 간담회를 갖는 등 종교인 과세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지난달 9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25명이 종교인 과세를 오는 2020년 1월로 2년 더 미루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종교인 과세 도입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종교인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내년부터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종교인들의 수입에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진정한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가 실현되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가장 강하게 반발을 표했던 기독교계는 “성직은 노동이 아니다”면서 “종교인 과세가 위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은 부담이 없다고 하지만 세금문제가 언젠가는 교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향후 종교인 과세가 교회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계는 이런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과세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눈치다. 이에 좀 더 심도 깊은 논의와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종교인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과 ‘성직자도 국민이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맞물리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 됐다. 더군다나 시행일까지는 앞으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일부 종교계는 투명하지 못한 재정운영과 상실해 버린 자정능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종교계는 이미 오랫동안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 대해 예외를 인정받아 특권을 누려왔다.

이젠 그 특권을 스스로 벗어 국민의 요구에 당당히 응답할 때가 됐다. 종교만이 신성한 것이 아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근로·국방·납세·교육 등 모두가 신성한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