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청소년 폭력, 활화산적인 ‘속성’ 대책보다는 지속가능한 장기 대책으로 해결해야
[신아세평] 청소년 폭력, 활화산적인 ‘속성’ 대책보다는 지속가능한 장기 대책으로 해결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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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부산과 강릉에서 발생한 청소년의 잔혹한 폭행과 보복 범죄로 사회가 뿔났다. 가해청소년들의 행위와 사후 태도, 경찰의 대응, 학교의 대응. 사람들은 이 모든 것에 화가 났다.

청소년을 ‘타일러서’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주안점을 둔 ‘소년법’의 개정 또는 폐지가 강하게 힘을 얻고 있다. 청소년일지라도 범죄의 유형과 범법 수위에 맞는 처벌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형량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는 하다.

학교 내 청소년폭력(학교폭력)은 1997년부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전과는 다르게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 또는 음독자살 하거나, 교실 내에서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빠르게 대응하여 ‘학교폭력 근절 특별대책 및 집중단속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경찰과 검찰이 성인 조직폭력배에게나 적용해 왔던 ‘범죄단체 구성 죄’를 ‘교내 불량서클’에 적용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범죄단체 구성 죄’는 사형까지 구형될 수 있는 중대 범죄인데, 이를 청소년의 폭력에 적용했던 것이다.

2004년 다시 학교폭력 사건이 잇따랐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빠르게 제정되었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근절 5개년 계획’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2011년 12월 다시 대구와 광주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였다. 2012년 2월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빠르게 발표되었고,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의 중간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2017년 우리는 다시 더 포악해진 청소년폭력을 접하고 있다. 여전히 학교,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고, 소년원의 시설이나 관리인원의 열악함은 여전하였다.

이전과 다른 것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미디어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이의 영향력을 통해 사회적 분노가 일파만파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전통적 언론은 SNS가 주도한 사회적 의제를 ‘팔로우’하여 분노를 확장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분노는 피해자들을 위로하며, 관련 대책을 강제해 내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활화산처럼 타오른 사회적 분노의 힘과 응집력은 다른 사회적 사건에 의해 타오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그러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청소년폭력 사건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른 사회적 분노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속성(速成) 재배된 4번째 범정부적 청소년폭력 근절 종합대책’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수년 뒤 동일한 사회적 공분을 ‘예약’해 놓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단기적 대책만을 반복하고,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는 ‘되돌이표 청소년폭력 대책’을 양산하는 덫에 걸려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긴 호흡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할 때에 이르렀다. 공분을 빨리 가라앉히려는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는 것을 끊임없이 목도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청소년폭력의 원인, ‘학생부기재’, ‘우리학교 전담경찰관제도’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축소되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려는 대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 하에 청소년학, 사회학, 유아교육학, 발달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정신의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의 전문가, 학부모, 교사, 학생, 관련 기관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년간에 걸쳐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방 대책을 도출해야 한다. 그 예방 대책은 정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폭력에 대한 태도는 청소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