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노파 살인사건' 12년 만에 '조각 지문'으로 해결
'강릉 노파 살인사건' 12년 만에 '조각 지문'으로 해결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9.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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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추적·과학 발전… "AFIS로 쪽지문 주인 찾아"
▲ (사진=연합뉴스)

‘장기미제 사건’인 2005년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현장에 남긴 '조각 지문' 때문에 12년 만에 붙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전담팀은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A(49·당시 37세)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건은 12년 전인 2005년 5월13일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혼자 살고 있던 B(여·당시 70세)씨가 손발이 묶인 채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숨진 B씨의 입에는 포장용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해논 끔찍한 상태였다.

경찰은 B씨의 시신 부검 결과에서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이 나타나자 범인이 B씨를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B씨의 집안 안방 장롱 서랍이 모두 열려있었고, 8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없어진 점에 미뤄, 금품을 노린 강도가 B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B씨 피살 현장에서 17점의 지문을 채취했었으나 대부분 B씨의 가족들의 것이었고, 이외에 결정적일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었다.

다만 경찰은 현장에서 유일한 단어로 B씨의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길이 1㎝ 남짓한 조각 지문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지문은 테이프에 새겨진 글자와 겹쳐져 있었고, 지문을 이루는 곡선마저 뚜렷하지 않아 당시의 기술로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 7월 경찰청은 12년 전보다 발전한 지문 감식 기술로 흐릿했던 조각 지문을 선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에 경찰은 피살 현장의 지문과 용의자 A씨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받고서 A씨 주변을 중심으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경찰은 A씨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여러 정황과,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의 강도 범행 전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시 시작된 수사는 A씨가 진술했던 알리바이가 주변인들의 진술로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급물살을 탔고,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A씨가 '거짓' 반응을 보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쪽지문의 주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결정적 단서들이 발견됐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