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도 ‘사드 보복’…1년새 1조2000억 원 순매도
증시에도 ‘사드 보복’…1년새 1조2000억 원 순매도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09.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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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소비 관련 10대 종목 시총도 27% 급감
中 투자자 매도 공세·자금 이탈 우려 vs 일시적 충격 전망 분분

▲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놓고 전방위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국 자본이 이탈되는 등 자본시장으로까지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 국적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하반기에만 국내 증시에서 7500억 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13일 한국 국방부의 사드 배치 발표와 맞물려 중국계 투자자들이 매도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200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국내 증시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국내 주식 규모는 1조2200억 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국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자금 보유액도 지난 2015년 말 9조3370억 원에서 올해 초 9조173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관련주로 꼽히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시가 총액도 폭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소비 관련 10대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8일 기준 44조8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준 61조8302억 원 대비 17조7412억 원(27%) 감소한 수치다.

대표적으로 중국 관련주 중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종가 기준 44만1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지난 3월까지 추락을 거듭했다. 이후 지난 8일 기준 26만7500원으로 39.3% 떨어졌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정부가 사드 4기 임시 배치를 완료함에 따라 중국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와 자금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에서 중국계 자금의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반한감정이 확산되고 중 당국도 관련 제재를 확대하면 중국 투자자들의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자국의 핵심적 이익과 결부시킨다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무역보복 조치, 비관세 장벽 등에 이어 대규모 중국 자본 유출을 현실화 할 수 있다”며 “중국의 발언 등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자본 유출 등 보복 공세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외국인 투자 중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09년 7조3980억 원의 순매수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매년 매수 우위 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969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미국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총 61조6900억 원에 달하며 전체 외국인 보유액(581조1730억 원)의 41.5%를 차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달러화 흐름, 국내 경제 기초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이탈 현상을 촉발할 가능성은 작다”며 “오히려 국내 증시로 자금이 더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긴장상태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반도체나 철강 등 가공무역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산업 구조로 인해 표면적인 보복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IT·화학·에너지 등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며 “중국의 보복조치는 개별 업종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이슈일 뿐 주도주의 기대감을 떨어트릴 만한 이슈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