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심각하게 검토해야"
존 매케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심각하게 검토해야"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09.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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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군사위원장, CNN 인터뷰 중 송영무 발언 언급
'전술핵 재배치 검토' 급부상… 백악관·의회서 검토
▲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 7월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는 등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선 후보 출신의 공화당 중진의원이면서 미국 안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매케인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불과 며칠 전에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했다"며 "그것은 심각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송영무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언급한 것이다.

매케인 위원장이 전술핵 문제를 거론했다는 사실은 미국 정가에서 오랫동안 부인해 왔던 이 사안에 대한 '봉인'이 풀려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부인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매케인 위원장은 이날 "김정은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그 대가는 절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며 북 도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초강경 대응도 요구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나는 우리가 중국에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교역이 축소되면 미국도 피해를 입게 되지만 지금은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경제적 지렛대를 활용한 중국 압박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북한의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의 국방예산 증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에서 직면한 위기를 보라"며 "더욱 강한 국방과 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와 국가부채 한도를 단기 상향 조정하는 합의를 하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지 않고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 합의는 국방력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내 1순위 임무는 우리 군의 병사들이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합의 하에선 병사들이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지난 70년 이래 가장 격동의 세계에 처해있음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국방예산 증액 관련 법안을 이번 주 안에 상원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 재배치 논란은 송영무 국방장관에 의해 처음 야기된 이후, 미국의 NBC 방송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한·일의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사이버 공격 등 공격적 대북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급격히 확산됐다.

이 검토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매케인 위원장의 발언으로 의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불붙는 양상이지만, 당장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미 조야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 검토 자체만으로도 중국에 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하는 압박 효과는 충분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전술핵 재배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